2년 넘게 끌었던 '조국 사태' 일단락
'검찰 기득권의 쿠데타' 與 프레임 깨져
"조국 수호" 추미애·정청래 등 침묵
'대선 악재 될라'…민주당도 선 긋기
문재인 정부 국론 분열을 초래했던 이른바 '조국 사태'가 27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2년 5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의 조국에 대한 강압·억지 수사'라던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됐다.
대선 악영향을 고려한 듯 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고 선 긋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우상호 신임 선대본부장은 "법원 판결은 전통적으로 정치권에서 존중한다는 입장과 자세를 견지해왔기에 거기서 더 벗어나는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정씨의 1심 유죄 판결 당시 "받아들일 수 없는 나쁜 판례"라며 격앙됐던 것과 다른 태도다.
'조국 수호'의 선두에 섰던 인사들도 침묵하거나 말을 자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정청래 의원, 박주민 의원, 김남국 의원 등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용민 전 의원이 "진실과 무관하게 오로지 판사성향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판결은 사법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우회적인 논평을 내놨지만 힘은 빠졌다.
억울함을 호소해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참으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 주면 감사하겠다"며 "선진국 대한민국이 대선 결과 난폭 후진하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파장 최소화 노력에도 이번 판결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 권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보세력을 탄압한다'는 민주당의 대서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민주당이 2년 반 넘게 주장해왔던 명분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더 이상의 논쟁은 소모적이고 무의미해 보인다"며 "조국 부부도 제대로 사과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검찰은 있는 죄도 덮고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며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해왔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선 캠페인 전개에도 악영향을 없진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장모의 요양병원 관련 의혹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지면서, '윤석열 검찰이 범죄를 덮었다'는 주장도 더 이어가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 다수는 대법원의 정 전 교수 유죄 확정이 대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판결을 이유로 이 후보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가, '조국 사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대부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에 흡수돼 있다는 게 이유다.
이현종 위원은 "민주당이 2년 넘게 내세웠던 조국 수호 프레임 자체가 힘을 잃으면서 세력의 결집도가 약화되고 정권교체론에 정당성을 더 부여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신율 명지대 교수도 "(조국 사태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 분들 대부분이 이미 윤 후보나 정권교체를 지지하고 있어서 판결로 인한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