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용두사미로 끝난 '586 용퇴론'
당내 86그룹 대체할 대안세력 미미
신진세력 있지만 '조국 수호' 강경파
"86 용퇴? 민주당 문제 해법 안 돼"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586 용퇴론'이 공론화 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서 급속하게 식고 있다. 송영길 대표와 우상호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 28일까지 추가적인 동참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86 용퇴론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86그룹의 대표 주자인 우 의원에게 총괄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결국 86그룹이 대선의 키를 쥐게 된 셈이다. 우 의원은 '586 용퇴론'에 대해 "다른 동료 의원에게 강요하거나 확산이 목적이 아니고, 국민에게 민주당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결단"이라며 "의지는 충분히 전달됐고 더 이상 논의되거나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586 용퇴론'이 좌초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는 지난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으며, 지난해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가 30대 돌풍을 일으키며 선출됐을 때에도 한차례 거론됐었다. 하지만 잠시의 바람이었을 뿐 586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친노와 친문으로 이름을 바꿔가서 20년 넘게 쌓아온 영향력은 말초 조직까지 깊고 광범위하다"고 했다.
86그룹의 기득권이 탄탄한 것도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대안세력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이유다. 물론 민주당 내 대안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나 판사 출신 법조인 그룹이 존재한다.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이재정 의원, 김용민 의원, 김남국 의원, 이수진 의원(동작을), 이탄희 의원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강욱 의원, 황운하 의원 등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초선의원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조국 수호'를 선두에서 외쳤던 강경파였다는 점이다. 당내 강성 지지층을 추동해 '조국 사태' 당시 매파 역할을 했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도 이들이 주도했다. "민심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개혁이 곧 민생"이라며 가속 패달을 밟았다. 되려 86그룹이나 선배 정치인들이 이들의 행동에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나아가 김용민 의원과 최강욱 의원 등은 대법원이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음에도 여전히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는 뉘앙스다.
당내 비주류 중진으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조국 전 장관, 문재인 대통령, 지금은 이재명 후보 그렇게 정해지면 성역화하고 비판이 있을 수 없다"며 "폐쇄적인 패거리들이 몰려다니며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게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라고 했었다.
일례로 최근 김용민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남양주 방문에 앞서 길거리 청소를 한다는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이재명이 수령님이냐" 등 비난 여론이 들끓자 김 의원은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86이 용퇴를 하면 뭐 하나. 김 의원 같은 586 앵무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정치가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지 권력자만 쫓아서 되겠느냐. 이것이 이재명 후보가 말한 대동세상이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