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들 되기 전부터 자주 집에 놀러 오던 착한 아이였어요.”
배우 김형자가 뒤늦게 엄마가 됐다는 소식이 화제다. 지난해 9월, 72세에 마흔네 살의 조카를 아들로 입양한 사실이 최근 IHQ 예능 ‘은밀한 뉴스룸’의 제작진을 통해 알려졌다.
배우 김형자는 설을 하루 앞둔 3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5녀 중 제가 넷째이고, 바로 위 셋째 언니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평소에도 조카들에게 이모를 넘어 엄마처럼 뒷바라지해 온 김형자는 조카들과 사이가 각별하다. 그런 조카들 가운데 한 명이 아들이 된 것이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입양을 결심할 때도 또 다른 조카와 의논했다. 국립대 교수인 첫째 언니의 딸은 이모 김형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이종사촌 김현수 씨에 대해 “품성이 바르고 이모에게 잘하는 착한 사람이니 대찬성”이라고 입양을 응원했다.
김형자는 “사실 법적으로 아들이 되기 전에 이미 아들이나 마찬가지인 아이였다. 결혼할 때 혼주석에 내가 서기도 했고, 부모도 아닌데 명절엔 물론이고 평소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아내와 딸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이번에 아들만 생긴 게 아니라 며느리도 손녀도 생긴 거라 너무 행복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좋은 것만 보면 며느리 생각이 나서 쟁여뒀다가 준다는 말속에서 시어머니가 아닌 친정엄마가 보였다. 배우 김형자가 며느리를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13년 전 셋째 언니가 너무 일찍 먼저 갔다. 모친상을 당한 친구를 위로하겠다고 아들 친구들이 참 많이 왔더랬다. 조문 차 오랜만에 다시 만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가 바로 지금의 며느리다. 이런 인연이 어디 있나. 셋째 언니가 떠나면서 아들에게 좋은 짝을 맺어주고 간 거지 싶다. 그래서 그런지 더 예쁘고 믿음이 간다. 둘이 이듬해 결혼하고 딸을 낳았고, 손녀가 이제 6학년이 된다. 언니가 떠나면서 아들에게 배필을 주고 그 인연으로 자식이 생기고 이제 내가 또 그들의 엄마가 되었으니, 인생은 참 묘한 것이다.”
배우 김형자는 지난 1970년 TBC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영화는 ‘조약돌’을 시작으로 ‘상록수’, ‘남자 가정부’, ‘꿀맛’, ‘인간 시장-작은 악마 스물두 살의 자서전’, ‘우담바라’ ‘은마는 오지 않는다’, ‘호걸춘풍’, ‘씨받이’, ‘마파도’ 1·2 등 4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감자’를 통해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을 2회 수상했다. ‘씨받이’에서 딸 옥녀(강수연 분)에게 가슴 아픈 씨받이의 숙명을 대물림하지 않고자 발버둥 치는 씨받이 필녀를 맡아 인상적 연기를 펼쳐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서로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는 입양 덕에 배우 김형자는 이번 설도 아들네와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좋은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