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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깐부 할아버지’ 영향…여전히 무대 지키는, 원로 배우들 조명


입력 2022.02.02 08:14 수정 2022.02.02 08: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오영수·신구·이순재·박정자 등 원로배우 무대 활발

원로 연극인들의 축제 '늘푸른연극제'도 여섯 번째 시즌 맞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79).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면서 공연계의 원로 배우들의 활약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파크컴퍼니

오영수는 1967년 24살의 나이로 극단 광장에서 데뷔하여 연기경력만 무려 56년째다. 오영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주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2003), 드라마 ‘선덕여왕’(2009) ‘무신’(2012) 등에서 이른바 ‘승려 전문 배우’로 익숙하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 주로 연극 무대를 누비며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대학로의 전설’이었지만 TV와 영화팬들에게는 ‘오징어게임’ 이전만 해도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조연급 배우에 가까웠다.


‘오징어게임’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유명세에도 오영수는 흔들리지 않고 배우로서의 초심을 지키면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 당시 “‘오징어게임’ 흥행 후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골든글로브 수상 당일에도 언론에 노출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연에 집중하겠다며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영수뿐만 아니라 다른 원로 배우들 역시 무대를 지키고 있었다. 먼저 ‘라스트 세션’에서 오영수와 같은 프로이트 역을 나눠 연기하는 신구(87)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원로 배우다.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을 배경으로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신구는 이 작품의 초연부터 함께 해왔다.


90분간 주인공 두 명이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대사량이 많고 대사 자체도 어려워 보통 내공 없이는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신구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배우지만, 그 역시 ‘파우스트’ ‘문제적 인간 연산’ ‘리어왕’ 등 연극무대에서도 한몫을 단단히 해온 배우다. 국립극단 출신으로 1년에 1편 이상 꼭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을 원칙하고 하고 있을 정도로 연극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관악극회, 신시컴퍼니

지난달 폐막한 연극 ‘리어왕’에서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88)가 리어왕으로 분했다. 연기 인생 65년 만에 첫 리어왕이자, 역대 리어왕 중에선 최고령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오만과 분노에 눈이 가려져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연로한 왕의 어리석음을 그렸다. 이순재는 길이가 장장 205분에 달하는 ‘리어왕’을 ‘원캐스트’로 약 두 달여간 선보였다. 무대의 예술감독 역할을 비롯해 연장 공연 추진에도 앞장설 정도로 연극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지난해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해롤드와 모드’로 관객을 만났던 배우 박정자(81)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함께 하고 있다. 해당 작품에선 발레리노를 꿈꾸는 탄광촌 소년 빌리의 할머니를 연기하고 있다. 박정자는 2017년 초연부터 이 역할을 맡아오면서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주는 한편 강렬하고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박정자는 최근 진행된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아흔 살이 될 때까지 뮤지컬을 계속할 것”이라며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많은 원로 배우들은 꾸준히 무대를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르는 ‘늘푸른연극제’도 올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고, ‘그래도, 봄’이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연극제에는 정욱, 손숙, 유진규, 기주봉, 윤문식 등 다수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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