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EU 당국에 삼성·퀄컴·MS 등 IT기업들 반대
위약금 12억5000만달러 규모…소뱅, IPO 추진할 듯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양사간 합병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우려와 IT 기업들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8일 파이낸셜타임즈(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영국 ARM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하면서 660억달러(약 79조원) 규모의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 결국 좌절됐다.
앞서 ARM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지난 2020년 9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M&A는 반도체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려왔다.
소프트뱅크는 양사간 M&A 발표 이후 전 세계 주요 각국 경쟁당국에서 승인절차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규제당국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가 발생하며 경쟁 제한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 왔다. ARM은 전 세계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지나치게 높은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만장일치로 인수 반대 소송 제기를 결정했다. 또 ARM 본사가 있는 영국뿐만 아니라 EU와 중국에서도 경쟁당국의 승인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퀄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모바일 반도체 핵심기술까지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며 이번 M&A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인수 무산 우려는 커져왔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결국 무산되면서 소프트뱅크는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479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엔비디아로부터 받게 된다. 다만 위약금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공식화 당시 이미 계약금 일부로 소프트뱅크에 지급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ARM 매각이 무산된 소프트뱅크가 연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사이먼 세가스 현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지적재산권 사업을 이끌고 있는 르네 하스가 새롭게 CEO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