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친중' 비판에 민주당 노심초사
與, 편파판정에 보란 듯 강력 반발
이재명 "中 불법어선 격침해야" 발언도
"한중 갈등 조장 안 돼" 기조서 변화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 시비로 국내 반중 정서가 폭발하고 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만큼 국민적 분노는 대선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권과 비교해 '친중'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고려한 듯 8일 이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중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일제히 쏟아 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적었으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며 "중국 체육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중국 당국을 겨냥했다. 심지어 중국의 서해 불법 어로행위에 대해서는 "격침해버려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놨다.
송영길 대표도 "올림픽 정신은 어디에 가고 이런 편파적인 판정만 남은 것이냐"며 "개최국에 유리한 것을 넘어서 개최국 독식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세계가 분노할 편파 판정"이라며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주최국만 열광하는 올림픽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중국과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지 말라"던 기존의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3일 첫 TV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반미친중이 아니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의에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와 협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과 가급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중국의 문화공정이나 역사공정,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고 여기에서 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반중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을 자초한 의원도 있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이 집권하면 매일매일 중국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라며 "불공정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가 자진 삭제했다. "편파판정을 비판해야지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野 "文, 친중 대가가 무엇이냐" 압박…일각선 신중론도
주변국과의 관계가 국내 선거에 영향을 준 사례는 적지 않다. 2002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미국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은 반미 감정에 불을 지폈고, 같은 해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해 발생한 여중생 압사 사고는 첫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이듬해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 21대 총선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무역 분쟁 등이 얽히면서 반일 여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치러졌었다.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기조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반중 정서 확대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친중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무시한 수준을 넘어 중국이란 나라의 국격을 의심케 한 파렴치한 행태"라고 지적한 뒤, 동시에 "지난 5년 중국에 기대고 구애해온 친중 정책의 대가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다만 선거를 의식해 정치권에서 반중 여론을 더 자극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반중 여론 확산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이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더 자극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옳지 않고, 윤석열 후보가 집권했을 때를 가정하더라도 좋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