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서 "세계는 알이백" 강조하며 尹 맹공
구글, EU 등은 '탈'알이백 중인데 李는 몰랐나
전세계는 원자력 전기 포함한 'CF100' 주목 중
지난주 대선 후보 토론회 이후 'RE100'이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이재명 후보는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 전세계에 RE100이 확산되고 있는데 화석연료에만 의존했다가 나중에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윤석열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 후보의 발언은 전세계가 다 하는 RE100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RE100은 무엇이며 출처가 어디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으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더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이라는 두 비영리기구의 합작으로 시작됐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들 기구가 국제기구이거나 법적으로 공인된 기관이 아님에도 기후위기라는 전세계적 난제 극복에 동참하겠다는 일념이 모여 RE100 열풍이 일파만파 확산됐다는 점이다. 구글, 애플, 인텔 등 349개 글로벌 기업과 국내 SK, 삼성, LG, 등 14개 기업이 RE100에 뛰어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RE100을 추진하던 중 심각한 맹점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해가 뜨는 날만, 풍력은 바람이 부는 날에만 전기 생산이 가능해 다른 에너지 없이 순수하게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를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비용과 기술의 벽에 막혀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취약점 때문에 RE100 달성은 아주 왜곡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에 의해 인식되는 바와 실제로 작동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는 말이다. 어떤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 RE100을 달성했다고 인증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은 대부분 전통적인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발전을 통해 공급된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소비전력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을 구매해 RE100을 달성했다고 표현할 뿐이다. 결국 순수하게 재생에너지로 100%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은 전 세계 단 한 곳도 없고 앞으로도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RE100 캠페인은 전형적인 '레밍신드롬(lemming syndrome)'에 불과했던 것이다. 레밍은 스칸디나반도 지역에 살고 있는 쥐의 일종인데 이동시 직선으로 우두머리만 보고 따라가기 때문에 호수나 바다에 빠져죽기도 한다. 레밍신드롬이란 잘못된 방향임에도 아무 생각 없이 무리를 따라 집단행동 하는 현상을 풍자한 말이다.
최근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으려는 지혜로운 레밍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찍이 RE100을 선언했던 구글은 2018년 기업의 핵심 에너지 정책을 CF100(Carbon Free 100%)로 재천명했다. CF100은 재생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센터는 1년 내내 중단 없이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만 쓴다면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석탄, LNG 등 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을 피할 수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 최종안을 확정했다. 당초 EU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EU와 미국은 RE100 인증에 원자력, 특히 SMR(소형모듈원전)을 포함시키도록 법제를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는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 생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유사한 수준이라면 RE100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가치사슬(GVC)로 연결된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RE100 참여를 강요받고 있는 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RE100이 CF100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고려해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국내 기업들 중에도 RE100을 제대로 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현명한 레밍이 나와야 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갑질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RE100 운동은 국가가 국내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할 규모는 아니다"며 "대선후보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공식토론회에서 "대세인 RE100을 따라야 한다"고 운운한 것은 발언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자처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