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제한되자 자가검사키트 수요 급증…시민들 "키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일부 시민들 사재기에 일부 약국서 판매 제한…온라인에서도 1.5~2배 가격 뛰어
정부 "생산업체 추가해 생산량 늘리고 수출통제·가격제한까지 검토"
식약처, 오는 13일부터 온라인 판매 금지 적용할 듯
정부가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체계를 바꾼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자가검사키트가 입고되자마자 동이나는 등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로 5만 명이 넘은 가운데, 일부 시민들의 자가검사키트 사재기까지 공공연하게 목격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부터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하고자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바꾼 이후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즉시 받을 수 있고, 나머지 국민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자 일반 감염의심자들의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직장 동료가 확진돼 급하게 자가검사키트가 필요했는데 약국 6곳을 돌아 겨우 마지막으로 간 곳에서 키트를 구했다"며 "건강도 걱정되는데 키트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41)씨는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어 약국 3곳을 들러 겨우 키트를 구매했다"며 "물량이 남은 약국에서는 한 명이 25개씩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키트 구하기가 어려울 때는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날 기자가 서울 시내 10개 약국을 확인해 본 결과 6곳이 자가진단키트 품절 상태였다. 마포구 S약국 관계자는 "물량을 최대한 많이 발주해 50개까지 들어오는 날도 있는데, 오전 중으로 다 팔린다"며 "혹시 품절될까봐 미리 4~5개씩 사놓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의 M약국 관계자는 "발주를 해도 아예 우리 약국은 입고가 안 됐다"며 "없어서 못 판다"고 토로했다.
특히 직장인이 많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는 '사재기'를 막고자 자체적으로 개수를 제한하는 약국도 있다. 종로구 S약국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오늘 자가검사키트 10개가 들어왔는데 오전 8시에 약국 문을 열자마자 1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며 "'마스크 대란'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키트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한 사람에게 키트 1개씩만 팔고 있다"고 전했다.
D약국에서도 "대량 구매를 원하는 손님이 있어도 한 사람에게만 팔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한 사람에게 최대 2개씩만 팔고 있다"고 전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몰려 가격이 1.5~2배까지 뛰고 있었다.약국에서 주로 판매하는 SD바이오센서와 레피젠의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은 대개 약국에서 1만3000원~6000원이지만, 주요 포털사이트 쇼핑몰에서는 최대 35000원까지 오른 채 판매되고 있다.
키트 품귀와 사재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수급 불균형 대책을 강구 중이다. 보건복지부 류근혁 2차관은 지난 9일 "최근 자가 진단키트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요·공급에 불균형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생산업체를 추가해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통제, 가격제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10일 자가검사기트의 온라인 판매 금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르면 오는 13일부터 이런 방안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