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의심 신고에 경찰 1차 출동…"대화 위해 만나고 있다" 말에 계도조치 후 떠나
피해 고교생 측 "최초 신고 때 이미 폭행 당했고, 빼내달라고 요청했다" 주장
SNS 대화하다 시비 붙어 집단폭행…2차 출동 후 남녀 11명 불구속 입건, 공동상해 혐의
경찰 "학생들이 해산하는 것 확인하고 현장 떠났는데 이후 폭행이뤄진 것 같다"
최근 인천에서 10∼20대 무리가 고등학생 2명을 집단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계도조치만 하고 돌아간 뒤 피해 학생이 중상을 입은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복수의 보도를 종합하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달 7일 저녁 8시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공원 수풀에 고교생 여럿이 모여서 라이터를 언급하며 떠들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신고자는 "대화는 (제대로) 못 들었으나 방화 위험도 있고 학교폭력 가능성도 있으니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순찰하다가 고교생들을 발견했지만 '싸우는 게 아니라 대화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 계도만 하고 지구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피해 고교생 A군 측은 이미 당시 폭행을 당해 잇몸이 붓고 눈썹 쪽 피부가 일부 찢어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군 등은 당시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장난치는 게 아니라 싸우는 게 맞으니 현장에서 빼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들이 지구대로 돌아간 뒤 가해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A군은 턱뼈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결국 옆에 있던 다른 피해 고교생은 친구가 크게 다치자 인근 가정집 현관을 두드리며 거듭 112 신고를 요청했다.
실제로 첫 신고 이후 48분 만인 같은 날 저녁 8시 48분께 경찰에는 "청소년들이 사람들에게 폭행당했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2번째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에야 현장에 남아 있던 가해자 4명과 A군을 인근 지구대로 데리고 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군 등 고교생 2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20대 남성 B씨와 10대 남성 C군 등 10∼20대 남녀 11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이들에게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 혐의가 적용됐다.
조사 결과 C군은 A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화하던 중 시비가 붙자 그를 불러내 다른 지인들과 함께 폭행했으며 영상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첫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학생들이 싸우려고 하는 낌새가 있어 강력한 계도 조치를 하고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학생들이 해산하는 것을 확인하고 현장을 떠났는데 이후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