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확진자 동선추적 역학조사도 없앴으면서…방역패스 왜 유지하려고 하는지 답답"
"미접종자는 소수니깐 불편 달게 받으라는 것?…방역패스 가장 먼저 없어져야"
식당업자들 "백화점·대형마트 그냥 입장 가능하고 식당만 계속 방역패스 적용, 말장난 하나"
전문가 "3차 백신접종 독려 목적…고위험군 시설로 방역패스 적용 한정해야"
정부 방역당국이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입장 때 방문 사실을 기록하는 전자출입명부 활용을 사실상 중단할 방침을 밝히자, 일선 현장에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방역패스 유지는 3차 백신접종 독려 목적의 의구심이 든다"며 방역패스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15일 서울 강동구 한 식당에서 QR코드 인증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던 직장인 정모(36)씨는 "확진자 동선 추적을 한다는 이유로 QR코드를 찍었던 것인데 자가격리앱은 없애고, 스스로 코로나를 조심하라고 하면서 방역패스는 왜 계속 하는 것인가"며 "백신 추가접종 강요하지 말고 이젠 일상을 돌려 달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1차 백신 접종자인 직장인 이모(29)씨도 "확진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역학 조사는 없앴으면서 백신 접종을 했는지 안했는지 증명해야 하는 방역패스는 계속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미접종자는 소수니 불편을 달게 받으라는 것인가. 민주주의 맞냐. 유효기간만 따지면 절대 4%만 불편을 겪는 게 아니다. 방역패스가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구에서 35평(100㎡)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가게가 좁아 손님들이 QR코드를 찍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려면 일손이 부족하고 보통 손님들도 예닐곱명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역학조사는 안 하고, 확진자 추적도 못한다면서 방역패스는 왜 굳이 유지하려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5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강모(45)씨는 "지금 확진자 대부분이 접종 완료자인데 방역패스를 고집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은 방역패스 없이 QR코드만 찍고 다녔는데, 이제 이런 곳들은 QR코드 없이도 그냥 입장이 가능하고, 식당만 계속 방역패스를 적용하면 도대체 변하는 게 뭐냐. 말장난 하느냐"고 분노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셀프 방역'으로 코로나 방역을 바꾼 정부가 방역패스를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이라 하더라도 환자 수의 폭증세는 없어야 백신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방역패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역학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방역패스만 고집하는 것은 앞 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며 "방역패스보다 필터 달린 공기청정기 사용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3차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방역패스를 시행하려는 것 같다"며 "오미크론은 백신 접종을 해도 1~2개월 만에 돌파감염이 된다. 백신 접종자나 미접종자들의 바이러스량이나 전파 기간은 똑같고, 다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좀 더 빠르게 바이러스 양이 감소하고 증상이 절반 정도로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도 방역패스를 폐지하는 이유가 백신 접종의 효과는 중증도를 약화하는 데 목적이 있고, 전파를 막는 데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거리두기를 먼저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방역 개선 유지 목표와는 안 맞는 정책이고, 방역패스 시설 적용도 고위험군 시설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책이 가장 엄격했던 뉴욕주가 '방역패스 지침'을 종료했다. 독일은 전국적으로 상점 출입시 실시했던 방역패스 제시 의무를 16일 해제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3~4월 중으로 방역패스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