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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카락 전하러 청와대로"…자영업자, 21일부터 24시간 영업투쟁 예고


입력 2022.02.15 20:37 수정 2022.02.15 21:13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자영업자들, 두번째 삭발식…영하의 추위 속 300명 이상 광화문 집회 집결, 경찰과 실랑이

"2년 만에 모든 걸 잃고 상처투성이…정부, 방역실패 인정하고 모든 영업제한 철폐하라"

대규모 집단소송 예고…"정부에 구걸할 필요 없이 소송·재판으로 권리 실현할 수 있어"

삭발식서 모은 머리카락과 정책제안서, 청와대 전달하기 위해 행진…靑 정책제안서만 접수

코로나19 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동장군의 위세가 다시 찾아온 15일 오후, 전국 자영업자들은 서울 광화문 거리에 모여 두 번째 삭발식을 결행했다. 이들은 정부가 방역지침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24시간 영업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하고, 삭발식에서 잘린 머리카락 등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4개 자영업자 단체가 모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은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집합제한 철폐 및 손실보상촉구 규탄대회'를 열고 방역지침을 비판했다. 집회는 개회선언, 코자총 대표 대회사, 삭발식, 청와대 행진 순으로 이뤄졌다.


눈발이 날리는 영하권 추위에도 300여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참석해 '생계형 다중이용업소 집합제한 전면 철폐하라'. '연매출 10억원 이상 업소도 손실보상 즉각 실시하라'등이 적힌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자영업자도 국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행사장에는 선착순으로 수기 명부를 작성한 299명만 참석했으며, 인원 제한으로 들어가지 못한 수십명의 자영업자들은 울타리를 둘러싸고 경찰에게 "입장시켜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26명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빚더미에 시달리고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며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이번 거리두기 지침이 끝나면 24시간 영업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온 호프집 업주 양희경(51)씨는 연단에 올라 "20년 동안 피땀흘려 모은 돈으로 부모, 자식 먹여살리고 나라에 성실히 세금을 내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2년 만에 모든 걸 잃고 상처투성이로 거리에 나왔다"며 "지금 제 손에 주어진 건 명도소송장, 압류독촉장, 체납고지서뿐이다. 방역실패 인정하고 모든 영업제한을 철폐하라"고 울분을 토했다.


코자총 측은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의사도 밝혔다. 이들을 대리하는 천상현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출신의 변호사들과 함께 지난 두 달간 집단소송을 준비했다"며 "여러분의 권리는 헌법과 법에 명시돼있고 시위도 좋지만 필요하다면 법적 투쟁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입은 자영업자분들은 정부에 구걸할 필요 없이 소송과 재판으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옳소'라며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이날 진행된 삭발식은 지난달 25일 '자영업자 299명 릴레이 삭발식'에 이어 두 번째다. 삭발식 참여한 인원은 총 10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눈을 질끈 감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삭발식에 참여한 PC방 업주 이상화씨는 "2년 동안 지침을 성실히 지켜왔는데도 현재 확진자가 5만 명이 넘는 상황을 보면 시간제한이 방역의 정답이 아닌 게 드러났다"며 "대학생 딸을 두명 키우는 가장으로서 100만원, 200만원 지원금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분통함, 억울함에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정재훈(60)씨는 "시간제한, 영업제한 지침으로 인해 소득이 2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으로 떨어졌고, 지금도 전기세 내기 위해 겨우 문을 열고 있다"며 "먹고는 살아야 하니 오토바이를 끌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고 있다. 나이도 60이나 먹었는데 더 이상 돈 빌릴 데도 없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코로나19 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청와대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2시 50분께 100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은 방역지침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광화문에서부터 경복궁역을 지나 효자치안센터까지 도로 1차선을 따라 20여분 간 걸으면서 연신 "자영업자 살생하는 정부는 각성하라", "집합제한 철폐하고 영업시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동구 암사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60)씨는 "벌이가 없으니 1년째 한달 230만원이 넘는 가게세를 못내고 있고, 집세도 밀려 가게와 집에서 모두 쫓겨나기 직전"이라며 "낮에 문을 열어도 노래방에 손님이 1명도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가게 문을 닫고 행진까지 나서겠느냐"고 울먹였다.


효자치안센터에 도착한 코자총은 삭발식에서 모은 머리카락이 담긴 종이박스와 정책제안서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제안서만 받았다. 코자총은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 △매출액 10억원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적용 및 100% 보상 실현 △서울·지자체 별도 지원 방안 마련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업한 모든 업소 손실보상금 추가 적용 등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을 거부하고 24시간 영업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코로나19 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15일 오후 삭발식에서 잘린 머리카락을 청와대로 전달하러 가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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