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는 순발력, 악담을 들어도 견딜 수 있는 멘탈, 관계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교적인 성격, 소속 연예인의 뒷얘기를 전하지 않는 무거운 입,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 트렌드에 밝아야 하고, 운전실력은 필수!
“매니저 뽑는데 이렇게까지 본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말하는 매니저 채용 기준은 다소 과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는 대형 기획사와 달리 대부분의 중소기획사는 매니저가 ‘일당백’ 역할을 해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스케줄과 컨디션 관리부터 연예인의 이미지 메이킹, 방송 및 행사 섭외 등의 대외 업무 등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매니저들에게도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요구하기도 한다. 매니저의 시선으로 보는 스타의 일상 관찰 프로그램인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과 같은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하고,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매니저와 동반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가에 리얼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등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의 옆을 지키는 매니저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매니저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연예인들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연예인의 곁에 있어야 하는 매니저 일의 특성상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평상시 연예인의 모습과 의외의 모습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위 ‘폭로전’의 가장 유력한 증인으로 매니저들이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또 카메라에 익숙치 않은 듯하면서도 적절한 끼와 내공으로 방송가의 새로운 인재로 거듭나기도 한다.
‘전참시’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스타 매니저’로 유규선을 꼽을 수 있다. 유규선은 유병재의 매니저로, 두 사람은 군대 선후임으로 만나면서 룸메이트로 지냈다. 그러던 중 ‘전참시’에 출연해 유병재와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다수의 광고를 찍는 등 셀럽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카페 사장이 된 개그맨 박성광의 전 매니저 임송도 ‘전참시’를 통해 주목을 받은 이후 광고를 찍고, MBC 방송연예대상 무대에 오르는 등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선을 넘은 악플과 과도한 관심에 퇴사를 결정하고 신생기획사로 이직한 이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기도 했다. 현재는 카페 사장으로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얼굴을 비춘 바 있다.
매니저의 방송 출연이 활발해지면서 매니저 출신 연예인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배우이자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임창정은 과거 이병헌의 로드 매니저로 있었다. 연기자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해 친한 사이었던 이병헌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매니저 일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그맨 정준하도 이휘재의 매니저로 일했고, MBC ‘테마극장’에 이휘재와 함께 출연했다가 ‘개그맨보다 더 웃긴 매니저’로 이름을 떨치면서 연예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이휘재에 앞서서는 혼성그룹 룰라와 쿨의 매니저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KBS1 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와 더라이프 예능 ‘내일은 영웅 깐부 with 박세리’에 출연 중인 배우 신승환도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선배인 차태현의 매니저로 2년간 일했다. 배우를 꿈꿨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힘들어 하던 신승환에게 차태현이 매니저직을 제안하면서다. 이밖에도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박명수의 전 매니저 정석권, 정준하의 매니저 최종훈, 그리고 남희석의 매니저였던 김종석 등 ‘매니저 출신 방송인’으로 친숙하다.
사실 최종 꿈이 ‘매니저’인 사람은 실제 매니저들 중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가에 진출하는 일부 매니저와, 업계를 떠나 다른 직업을 갖는 이들 외에 엔터테인먼트 운영을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10년차인 한 아이돌 그룹 매니저 A씨(36)는 “2012년 매니저 일을 처음 시작했고, 정확히 5년차가 된 시점부터 엔터테인먼트 운영을 꿈꾸기 시작했다”면서 “많은 가수들을 매니지먼트 하면서 ‘진짜 내 가수’를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더 적극적으로 엔터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는 매니저들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19세로 입시를 앞둔 B씨는 “매니저 관련 학과에 입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로 취직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관련 특강을 찾아 들으면서 엔터산업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차세대 먹거리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