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결정
국내 허가로 美·中·EU 등 해외 경쟁당국 승인 속도 기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이 조건부로 승인되면서 국내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Mega Carrier) 탄생에 속도가 붙게 됐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횟수)·운수권(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이전,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등 조건들을 달았다.
조건부 승인은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양사간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예상돼 왔던 터다. 또 경쟁 제한성 해소 차원에서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 일부 반납, 운임 인상 제안, 항공 편수·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었다.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M&A 승인이 이뤄지면서 초대형 항공사 탄생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최종 심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우려도 제기됐지만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발표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일 조성욱 위원장 등 공정위원 9명과 공정위 심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절차로 통상적으로 회의 개최 7~10일 후에 결과를 발표하는데 지난주에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날 공정위가 양사간 M&A를 승인하면서 이제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이상 필수신고국가)·영국·호주(이상 임의신고국가) 등 6개국의 경쟁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게 됐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으로 국내 경쟁당국인 공정위의 승인이 나오면서 이들 국가들의 심사도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날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13개월여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공정위의 심사가 1년 넘게 진행되면서 다른 국가 경쟁당국의 심사가 늦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는 분위기다.
M&A 대상 기업의 해당 국가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해외 경쟁당국도 굳이 심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이를 참조해 승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항공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 등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산업 재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됐다. 해외 경쟁당국들의 승인이 최종 마무리되고 초대형 국내 항공사가 탄생하면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난립 양상을 보여 온 저비용항공사(LCC)들에서도 변화 행보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 결합은 국내 항공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대형항공사들뿐만 아니라 LCC에서도 구조적 변화를 위해서 M&A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