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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저린 반성, 민주당이 가야할 길 [고수정의 참견]


입력 2022.03.15 07:00 수정 2022.03.15 05:0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윤호중 리더십' 잡음 여전…쓴소리 인사 두곤 축출 주장도

쇄신 의지 의구심 떨치지 못하면 47.8% 상당수 등 돌릴 수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선거 결과만 기억할 게 아니라 5년간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


대선 패배의 후폭풍을 수습하고 당 쇄신이라는 중책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닻을 올렸다. 구성부터 당내 반발에 부딪힌 비대위는 쇄신 의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출범 첫날부터 반성문을 쏟아냈다. 지난 5년 내내 독주와 국민 편가르기, 내로남불, 오만으로 '민심 난독증'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평소 여당을 비판해 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마저 "오랜만에 마음에 든다"라고 했을 정도다.


'윤호중호(號)'는 출범하기도 전부터 진통을 겪었다. 쇄신의 필요성 자체에는 당내 이견이 없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 수장으로 앉힌 것부터 비대위의 '한계'로 지적됐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주장은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결과보다 0.73%p로 접전을 벌였다는 데 의미를 더 부여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당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인사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당내에서 제기됐고, 대선 전 계획된 것이라고는 하나 대선 기여 특별공로 포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 논란이 됐다.


이번 대선에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더니, 민주당이 대선 패배 충격을 수습하는 모습도 이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상황이 이러니 비대위가 이렇다 할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민주당이 과연 쇄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47.8%'는 오롯이 민주당이 잘해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도 아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의 태도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을 지지한 상당수가 머지않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단일화 역풍으로 표심이 결집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의 '이대남(20대 남자)' 전략에 반발한 '이대녀'의 결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크게 패했을 수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내로남불 오만한 행태를 거듭하다 심판받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어버리고 나는 책임 없다는 듯 자기 욕심만 탐하다가는 영구이 퇴출당할 것"이라고 했을까.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이날 비대위 첫 회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47.8%의 지지에 안도할 게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빠르게 찾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하는 것이다. 구호로 끝난 쇄신은 또다시 심판 받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야당 민주당'의 첫 번째 쇄신 성적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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