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OCA와 빌앤킵 원칙 앞세워 지급 거부
SKB, "OCA, 국내 망 비용 부담 못 줄여…빌앤킵도 성립 안돼" 반박
5월18일 2차 변론기일 예정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법적 분쟁이 2차전에 돌입했다. 1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넷플릭스가 2심에서는 자체 개발한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와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을 앞세우면서 양측이 기술적 논리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16일 서울고등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변론은 약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심에서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는 인터넷 기본 원칙과 망 중립성에 따라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가 사실상 패소한 바 있다. 이에 이날에는 빌 앤 킵 원칙과 자사가 개발한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해 망 이용대가 무상성을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자신의 인터넷 소비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서 망 비용을 충당한다”를 의미하는 '빌 앤 킵'을 인터넷 기본 원칙으로 주장했다. 상대방 ISP에게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콘텐츠제공업체(CP)와 ISP가 연결할 때에도 각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인터넷 세계의 질서이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2016년 국내에서 SK브로드밴드와 OCA를 통한 직접 연결에 합의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SK브로드밴드가 전송 비용을 절감하면서 당시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반으로 상호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넷플릭스 측은 OCA를 통해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하는 트래픽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OCA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로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복제 서버를 통신사와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또 SK브로드밴드가 청구한 부당이득이 법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당이득을 입으려면 SK브로드밴드가 입은 피해가 증명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같은 원고측 변론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즉각 반박하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누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인지가 중요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상법 61조인 '상인의 보수청구권'을 내세워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라는 원고측 주장을 보강했다.
넷플릭스가 전기통신사업법을 바탕으로 기간통신 역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비적 청구원으로 상법 61조의 보수청구권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ISP는 '양면시장' 원칙에 따라 사용자와 CP 모두 똑같은 이용자에 해당돼 이용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OCA 역시 ISP의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넷플릭스가 OCA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은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또 OCA를 SK브로드밴드 기지국 주변에 설치하더라도, 국내 망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전기요금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빌 앤 킵' 인터넷 원칙에 대해서도 ISP 사이에 정산하는 방법 중 하나에 불구하기 때문에, 인터넷 기본 원칙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빌 앤 킵 원칙이 적용되려면 ISP 사이에 서로 교환되는 트래픽의 양이 대등한 경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대등하다고 전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직접 연결했을 당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망 이용대가 지급이 명시된 계약이 없었으며, 엔지니어 사이에서 합의가 됐다가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면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인 세종 법무법인 강신섭 변호사는 이날 2심 변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는 아직 여러사항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넷플릭스 변론에서) 새로운 것은 전혀 없었다. '빌 앤 킵'은 회계의 방식 중 하나인데 인터넷원칙으로 들고나온 것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2차 변론기일은 5월18일 진행된다. 양측은 각 30분씩 프리젠테이션 등을 통해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