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연속 가계대출 감소에 금리 인하
전세대출 5% 돌파, 신용대출 7% 임박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폭등하며서 다급해진 은행권의 금리 인하 행렬이 거듭되고 있다. 가계대출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연 최고 6%를 돛파하며, 3개월 연속 신규 대출 수요가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이자 부담 가중화에 따른 대출 부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한다. 각각 주담대와 전세 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 낮췄다. 주담대의 경우 고정금리(혼합형) 상품은 0.45%p, 변동금리 상품은 금리를 0.15%p 내렸다. 이에 따라 주담대 고정금리(신용점수 1등급, 대출기간 5년 이상)는 기존 4.01~5.51%에서 3.56~5.06%로 떨어졌다. 변동금리는 3.56~5.06%에서 3.41~4.91%로 내려갔다.
이는 한 달만에 또 다시 주담대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은행은 지난달 7일 주담대 금리를 0.1~0.2% 낮춘 바 있다. 전세대출은 인하폭이 더 크다. KB전세금안심대출 상품의 금리는 0.55%p, KB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25%p 내렸다. 이로ㅆ KB전세금안심대출은 기존 3.72~4.92%에서 3.17~4.37%로, KB주택전세자금대출은 3.61~4.81%에서 3.36~4.56%로 하향 조정됐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하나원큐신용대출 가산금리를 0.2%p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전세대출과 주담대 금리를 0.1%p 인하했으며, 전세대출 금리를 0.1%p 추가로 또 내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전세대출 상품과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에 연 0.2%p ‘신규 대출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함으로써 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24일 중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각각 0.5%p, 0.2%p 하향 조정했다. 케이뱅크도 두 달 연속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p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가계대출의 지속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436억원 줄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올해 들어 6조원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은행권 전체로는 지난해 12월 이래 4개월 연속 대출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계속되는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예고와 인플레이션 전망으로 국고채 금리가 폭등했다.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도 줄줄이 올랐다. 주담대 고정형의 경우 3개월만에 금리 상단이 1%p 이상 뛰며 6%대를 돌파했다. 변동형도 6%에 육박한 상황이다. 신용대출은 7%대를 바라보고 있다.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 확대도 부담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으로 예대금리 공시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통해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경계하고, 필요할 경우 대출금리를 담합했는지도 점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예대마진은 2.27%p로 2019년 6월(2.28%p)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약 실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대응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혀진다.
다만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가 가계대출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는 최근 공약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문제도 차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가운데, 경쟁적인 금리 인하로 또 다시 대출이 급등할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역시 지난 1일 첫 출근길에서 “가계대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며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계대출 문제는 별도로 금융당국과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