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평가 제대로 안하면 혼란
정책 바꿔도 효과까지 시간 걸려
한계 인식 후 가능한 것부터 해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경제도 국가재정도 사실상 폐허에서 시작하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황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 정권의 부정적 유산과 새 정부의 정체성이 뒤섞여 혼란을 부고 불필요한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인수위가 더 큰 성과를 내고 새 정부의 밑그림을 더 잘그리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점이 세 가지 있다"며 "첫째로 현재의 국정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물려준 현재의 국정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들께 정확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는 것"이라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박근혜정부보다 1%p 낮았고 인당 국민총소득 증가율도 연평균 1%p로 지난 정부의 4분의 1 수준"이었다며 "국가채무는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42조 6000억 원 늘어난 데 비해 문 정부에서는 매년 두 배가 넘는 95조9000억 원이 증가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중이 5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소득증가율은 4분의 1 토막이 났는데 국가의 빚은 해마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며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빚은 늘었는데 공무원은 13만 명이 늘었다.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것을 국민에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정책을 바꾸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부동산 폭등과 세금폭탄은 명백히 현 정부의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바로잡기는 힘든 것"이라며 "부동산 세금도 공시지가의 실반영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한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다. 공급도 시간이 걸리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과 세금이 바로 떨어지지 않고 공급이 바로 늘지 않으면 국민은 새 정부 탓이라 생각할 것"이라 우려했다.
안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설상가상으로 국회 다수당의 모습을 보면 발목잡는 것을 넘어 아예 출발도 못하게 새 정부의 발목을 부러뜨리려 벼르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2년 간 지속될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은 새 정부의 정책수단을 크게 제약할 것이다. 한계를 인식하고 가능한 것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국정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국정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분들이 알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더 낫게 만들고 국민들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는 게 현실적 목표여야 한다.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분명하게 하며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잡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 당부했다.
또 "모두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모두 다 중요하다고 하면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부동산도 코로나19 대책도 경제도 국가재정도 사실상 우리는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헌집을 주면 새집을 지어줄 두꺼비가 없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안 위원장은 "모두 우리의 힘만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3주간 인수위 구성원 여러분들은 참 잘해 오셨다"라며 "역대 인수위 가운데 이렇게 잡음이 적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모든 구성원들이 일해 온 인수위가 없었다고 선배 인수위원장들이 말씀해 주셨다. 남은 기간도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까지처럼 잘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 거듭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