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섭외 비결? PD들, 작가들 노력과 취지에 공감한 전문가들 도움있어 가능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것 느껴…시청자들도 배움의 기쁨 느껴주셨으면.”
‘종의 기원’의 리처드 도킨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부터 젠더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까지. 책으로만 어렵게 접하던 세계적인 석학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쉽고, 또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EBS 강연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이하 ‘위대한 수업’)의 이야기다.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함께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강의의 주제를 넓히고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EBS는 물론 다수의 채널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는 있지만, ‘위대한 수업’은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석학들에게 손을 내밀며 기존 프로그램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는 김형준, 김민지 PD는 기획 당시 ‘과연 섭외 구현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막상 시작을 하고 나서도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아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럼에도 ‘위대한 수업’만의 ‘첫’ 시도를 위해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새로운’ 강좌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강의들을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서 담는 것이 아닌가. 한국 내에서는 최초로 하는 시도라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할지 가늠조차 잘 안되곤 했다. 특히 대담이나 인터뷰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있지만, 강사가 나와서 본인의 연구 분야나 시각 같은 걸 카메라에 대고 하는 것은 방송에서는 전무한 일이기도 했다.”(김형준 PD)
물론 예상대로 섭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해외에 거주 중인 석학들을 직접 찾아가는 일인 만큼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형준, 김민지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정성껏 제안서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 의도를 설명하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해 나갔다.
“섭외는 동시다발적으로 붙어서 한다. 어떤 강연자를 섭외해보자는 리스트가 작성이 되면, 메일을 보내고, 답변에 대응을 한다. 강연자들마다 당사자가 받는 경우가 있지만, 에이전시를 끼고 있는 경우도 있고,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있는 강연자였으면 라포를 형성하고, 관계 맺기가 가능한데 우리 프로그램은 그런 관계 맺기가 불가능하다. 출장 기간을 여유 있게 두고 가서 석학들의 학교를 찾아가거나, 집까지 찾아가서 레터를 전달하고 오는 식으로 다양하게 하고 있다.”(김민지 PD)
“섭외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다. PD들, 작가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해서 된 것도 있고, 한국에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그 분야와 관련된 교수님께서 직접 레터를 넣어주시기도 했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분야가 있다. 너무 바쁘기도 하시고. 하지만, 취지를 듣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할 수 있었다.”(김형준 PD)
다만 경제, 젠더, ICT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출연을 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야 최고 전문가의 강의를 직접 듣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이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CG 등도 함께 활용하는 등 전달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거듭 중이다.
“TV를 시청하는 대상에 대해 강사들께도 전달을 한다. 그분들도 궁금해하신다. 특수한 대상을 상대로 하는 방송인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또는 시청자들의 태도가 어떤지도 묻기도 하신다. 쉽게 잘 풀어서 설명해주시지만, 그럼에도 이해를 돕기 위해 후반 작업 과정에서 그래프, CG, 인서트, 각종 현장에서의 추가 촬영을 통해 자료들을 충분히 담으려 한다. 주어진 여건 내에서 보시기에 덜 어렵게 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강의에 따라서 한 번 보고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관심이 있다면 다시 보기를 통해 여러 번 보셔도 좋을 것이다.”(김형준 PD)
“‘테드’라는 강연 프로그램도 있고, 이러한 포맷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청각 자료가 많이 들어간다. 지루해질 틈에 시각 자료들을 넣기도 하고, CG 그래픽도 생각보다 화려하다. 편집 과정에서 공을 들인다. PD와 작가 등 제작진들과 같이 시사를 할 때도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전할 수 있을지 계속 대화를 한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민을 많이 한다. 이렇게, 저렇게 표현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한다.”(김민지 PD)
섭외부터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공 들인 강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반응들을 접할 때면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SNS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는 감탄의 표현들을 접하며, 지식과 정보에 목마른 시청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섭외 리스트를 발표했을 때 구체적인 피드백들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대로 이해를 해주셨을 때 감사하다. 사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기도 힘들고, 문화 체험이나 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들었는데, 대리 만족을 하시는 것 같다. 이국적인 여행 프로는 아니지만, 거장들이 모든 연구와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 그 경험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지만 재밌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김형준 PD)
PD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또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석학들을 만나기 전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하며 준비하는 것은 물론, 석학들의 강의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PD들은 시청자들 또한 마음을 열고 ‘위대한 수업’을 듣는다면,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체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우리 한국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보게 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해법도 쉽게 나오고 지형도도 쉽게 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우리끼리 보다가 밖에서 보는 시각을 접하니 식견이 열리는 느낌이 있다.”(김형준 PD)
“강연을 통해 접한 뒤 이전에 듣지 않던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시청자도 그러한 경험을 해보셨으면 한다. 보람을 느낄 때가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걸 느낄 때다. 뇌가 깨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항상 긴장 상태로 있다 보니 배움이 지속될 것 같아 기쁨이 있다. 시청자들도 이러한 부분들을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다.”(김민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