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보고서, 외국인투자 3개 키워드 'EU 대세·재투자 증가·메가 M&A'
FDI 수익 재투자율 2020년 44% 증가…한국 18%로 되려 감소
메가 M&A 비중 증가 추세…韓, 2016년 이후 단 1건 그쳐
글로벌 외국인 투자의 3가지 특징으로 'EU 대세' '수익 재투자 증가' '메가 M&A'가 꼽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17일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전 세계 FDI(직접 투자)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작년까지 신고액 기준 최고 증가세를 보인 우리나라 FDI와는 다른 양상이다.
투자할 때 용지를 직접 매입해서 사업장을 짓는 방식인 그린필드(Greenfield) FDI 1위는 EU로, EU가 미·중 갈등 이후 공급망 재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무역전쟁(2018년 3월) 기준으로 이전 3년간 그린필드 외국인직접투자 평균과 이후 3년간 평균을 분석해보면 EU의 증가율은 47.0%에 달했다.
뒤 이어 중국(13.5%), 일본(12.1%), 미국(5.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마이너스 32.6%로 세계 평균(5.6%)에 크게 못 미쳤고, 인도(-28.7%), 아세안(-12.3%)도 하락세를 보였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증감률은 각각 26.2%, -4.5%로 대조를 이뤘다.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며 “최근 인텔이나 SK 투자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 주요 기업이 상대적으로 미·중 갈등에 영향을 덜 받는 EU나 선진국에 투자선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지난 8년간(2013년~2020년) FDI 수익(유보이익) 재투자율을 분석한 결과, OECD 국가 평균은 2013년 28.8%에서 2020년 43.7%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49.0%에서 18.2%로 감소했다. 8년간 평균으로 살펴보면 OECD는 35.0%인데 반해 한국은 24.7%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 전후 3년 재투자율 평균을 비교해보면, OECD는 36.5%에서 40.3%로 3.8%p 상승했으나, 한국은 44.8%에서 32.1%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4.7%p, 독일은 4.4%p 증가했다. 반면, 캐나다는 5.9%p, 칠레는 4.7%p 감소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글로벌 FDI 재투자의 증가 추세 원인은 이익잉여금을 지분투자, 장기차관 등과 함께 FDI의 형태로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의 낮은 재투자율은 2020년 2월 외촉법 개정 전까지 재투자를 FDI 금액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에서 50억 달러가 넘는 메가 M&A 비중은 증가했다.
2011년 전 세계 메가 M&A 비중은 29.9%였는데 2021년 비중은 39.7%로 나타났고, 건수로는 69건에서 197건으로 약 2.8배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같은 기간 미국은 4.2%p, 중국은 28.4%p, 독일은 29.1%p 증가했는데, 한국은 2016년 이후 단 1건으로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메가 M&A가 늘어나는 것은 디지털융합 산업의 부상과 고비용의 그린필드 투자를 회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관련 시장의 성장과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앞으로도 메가 M&A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을 통한 투자 활성화 과제로 첨단산업 유치 활성화, 국제 공동 R&D 프로그램 강화 등 우리나라를 EU와 같은 공장 투자처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꼽혔다.
보고서는 신산업 유치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국경간 데이터 이전 등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기업에 대한 공급망 안정을 위해 공급망 정보 공유 강화, 국내 필수 중간재 신속 통관 지원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내 재투자 촉진을 위한 과제로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높은 규제나 경직된 노동환경, 국제 표준과 일치하지 않는 국내 기술규제 등이 재투자를 저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장 확장 시 규제 완화 등 개별 외투기업에 대한 맞춤형 경영환경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대한상의가 252개 주한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큰 경영 애로는 인증·시험·검사 등 기술규제(45.2%)였다. 경직된 노동법(18.7%)도 3번째 큰 애로로 꼽힌 바 있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은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FDI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리쇼어링을 중심으로 첨단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 재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린·디지털 뉴딜 정책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메가 M&A를 위해 국내에 있는 각종 해외펀딩 규제는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