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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올드보이'→'헤어질 결심', 파격과 영광의 박찬욱 월드


입력 2022.05.11 08:40 수정 2022.05.11 08:4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박찬욱 감독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그동안 '공동경비구역'JSA’(2000)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우뚝 섰고, 데뷔 30주년과 함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에서는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올드보이'를 지난 5월 6일부터 재상영 중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는 늘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단순하게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라 붙는 말이 아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늘 극단적인 상황과 현실을 마주하는데, 이를 대하는 인간의 감정 변화를 그리는 방식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대중적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는데 이견이 없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으로 대학시절부터 영화광이었던 박찬욱 감독은 '깜동' '제5의 사나이'에서 연출부로 경험을 쌓다가 1992년 이승철 주연의 '달은 해가 꾸는 꿈'이라는 작품으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선보인 '3인조'라는 작품도 조명 받지 못했다.


분단의 이데올로기를 세밀하게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가 서울 관객 251만명을 모으며 한국영화의 흥행을 새로 쓰고 청룡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의 감독상을 휩었었고, '달은 해가 꾸는 꿈', '3인조'가 여러 장르를 넘나든 독특한 연출감각이 묻어있는 수작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복수는 나의 것'도 개봉 당시 서울 관객 수 16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청각장애인 류(신하균)가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를 살리기 위해 동진(송강호)의 딸 유선(한보배)을 납치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고 부조리함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놓인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잔혹하게 보여줬다. 흥행에는 참패했으나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뒤늦게 재조명됐고, 꾸준한 DVD 판매량을 기록하다가 2009년 개봉 7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이변을 보여줬다.


박찬욱 감독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04년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사로잡은 '올드보이'가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복수극을 여성 서사극으로 변주한 '친절한 금자씨'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차례로 연출했고 2009년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등이 출연한 '박쥐'를 통해 생애 두 번째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를 손에 넣었다. '박쥐'는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박 감독의 작품들은 불온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파국에 치닫는 모습을 담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그로테스크한 연출과 섬세한 미장센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한 욕망에 뚜렷한 색채를 집어넣으며 상업 영화의 한계를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을 영화에 녹였다는 평을 받았다.


칸 영화제 2회 수상에 빛나는 커리어를 갖게 된 박찬욱 감독은 2012년에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스토커'를 연출했다. '스토커'는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에서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영화 6위에 오를 만큼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2016년에는 '아가씨'로 다시 한 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역시 박찬욱'이라는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 작품은 일제시대라는 굴욕적인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히데코(김민희 분)와 숙희(김태리 분)를 탄생시켰다. 두 캐릭터는 남성들의 판타지에서 벗어나 통쾌한 일격을 가하는 짜릿한 연대로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6년 후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 주연의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호명됐다. 이는 한국 감독 가운데 칸 경쟁 부문 최다 초청 타이 기록이며, 한국 영화 감독으로선 2019년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청돼 더욱 의미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영화다. 러닝타임은 138분이다. 외신들은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초청 전력과 지금까지 전개해온 작품 세계를 짚으며 이번 작품 전 세계 관객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감독이 곧 장르라는 말을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박찬욱 감독은 데뷔 30주년에 또 한 번 경이로운 이력을 추가할 수 있을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의 끝나지 않은 작품 세계를 응원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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