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단체행동권 행사, 책임 면제로 보기 어려워…행사 제한 가능"
현대차 노조, 헌법소원 청구…대법 "노조 '형법 314조 1항' 위반" 유죄 판결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하며 특근을 거부한 노동조합원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소원 청구 10년 만이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4(합헌)대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일부 위헌 의견이 5명이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났다.
이번 사건은 2010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가 발생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노동자 18명이 해고 통보를 받자 3회에 걸쳐 휴무일 근로를 거부했다. 그러자 검찰은 A씨 등을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선 유죄가 선고됐다.
A씨 등의 재판은 상고심까지 진행되며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이들이 '형법 314조 1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동자의 파업 등이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이후 이듬해인 2012년 형법 314조 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만 10년이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그 사이에 A씨 등은 2011년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의 처리 지연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 '사법농단' 의혹과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께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A씨 등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논의 내용과 연구관 보고서를 빼돌렸다는 점도 포함됐다. 검찰은 당시 헌재에 파견됐던 현직 판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헌재는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 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심판 대상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 등 5명의 재판관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