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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잔혹함 걷어낸 'N번방을 무너뜨려라', 넷플릭스의 영리한 다큐 연출


입력 2022.05.30 14:06 수정 2022.05.30 15:0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최진성 연출

기자·경찰 등 24인 인터뷰

넷플릭스는 OTT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그간 스크린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주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이버 성범죄 'N번방' 사건을 다룬 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내용은 넷플릭스가 그간 공개했던 범죄 다큐의 성향의 결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N번방'은 미성년자를 포함해 수십 명의 피해자들을 협박해 음란 동영상을 찍게 한 뒤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유포한 사건이다. 2020년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민들은 경악과 공분을 금치 못했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이 사건을 맞닥뜨린 기자, PD, 경찰 등 24인의 인터뷰를 통해 갓갓과 박사가 어떻게 검거됐는지와 함께 사건을 깊이있게 보여준다. 'N번방 사건'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몰랐던 이들에게 전하는 기록물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그 동안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성역의 범죄', '아만다 눅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 '유영철: 레인코트 킬러' 등 사건 범죄를 재구성해 다큐멘터리를 선보여온 바 있다.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지점은 그 동안 만들어졌던 범죄 다큐멘터리처럼들과 목적은 같지만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경각심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은 같지만,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선정성이나 잔혹성을 걷어냈다.


피해 상황과 상황 수법에 대해 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사실적으로 파고 들어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장면들이 배치돼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건을 취재하고 추적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피해자들도 의도적으로 인터뷰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피해자가 겪은 범죄의 참혹함을 최대한 덜 직접적이고 윤리적으로 표현하고자 모노톤의 애니메이션을 활용했다.


모바일 채팅화면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보여주며, 한 편의 영화같은 전개 방식도 빠른 이해와 깊은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이 전개 방식은 영화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UI를 통해 완성한 스릴러 영화 '서치'를 떠올리게 한다. 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은 사이버 범죄라는 특이성이 잘 전달될 것이라는 계산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성과 잔혹함을 덜어냈지만 '사이버 지옥: N번방'을 통해 바라본 디지털 성범죄가 주는 공포감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갓갓과 박사가 어떻게 피해자들을 성착취했는지, 왜 이들이 그들의 협박에 넘어갈 수 밖에 없는지, 시청자 누구라도 피해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이와함께 성범죄라는 프레임이 폭력의 한 구성원임을 보여주며, 우리가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관점 환기도 제시한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은 '현재 N번방 영상은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 플랫폼과 다크웹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라는 자막이다.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성폭력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계속해서 사이버 성범죄를 향한 관심이 우리의 역할임을 복기시킨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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