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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현실·판타지 사이 애매한 ‘결혼백서’…‘공감’도 놓친 카카오TV 드라마


입력 2022.06.03 14:05 수정 2022.06.03 10:0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며느라기’ 시리즈의 ‘리얼리즘’을 기대하게 했던 ‘결혼백서’가 현실과 판타지 사이 애매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연희, 이진욱이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이 도전이 일상적 소재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공감을 유발하던 카카오TV 미드폼 드라마만의 장점마저 흐리고 있다.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만 같았던 30대 커플의 결혼 준비 과정을 다루는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가 지난달 23일부터 공개 중이다.


ⓒ카카오TV 캡처

앞서 요즘 시대 평범한 며느리가 ‘시월드’에 입성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며느라기’ 시리즈로 시청자들과 진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카카오TV의 신작인 만큼, 이번에는 결혼 직전 커플의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특히 이연희-이진욱이 주인공으로 가세, 스케일을 키우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었다.


그러나 6회까지 방송된 현재,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할 법한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들을 다루고는 있지만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멜로에도 함께 방점이 찍히면서 기대했던 하이퍼 리얼리즘의 매력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흐르는 묘한 기류부터 호텔 결혼식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갈등을 시작한 준형(이진욱 분)과 나은(이연희 분), 그리고 은근히 고가 예단을 요구하는 시어머니를 보며 현실을 실감하는 나은의 모습 등 경험을 해 본 이들에게는 공감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들도 물론 담겨 있다.


다만 이들의 갈등은 언제나 손쉽게 또는 싱겁게 봉합이 되고, 준형과 나은 커플의 로맨틱한 면모를 강조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현실과 판타지 사이 애매한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결혼을 앞둔 커플들을 위한 ‘백서’가 돼야 했던 작품이지만, 이 목표가 흐려지면서 결국 평범한 로맨스 웹드라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TV는 그간 ‘며느라기’ 시리즈를 비롯해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룬 ‘도시남녀의 사랑법’, ‘이 구역의 미친X’, 커피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커피 한 잔 할까요’ 등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소소한 이야기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감 가는 에피소드로 깊은 몰입을 끌어내면서 ‘미드폼’ 드라마만의 매력을 보여줬었다. 이 중 ‘며느라기’ 시리즈는 고부 갈등에서 시작, 이후 임신과 육아로 문제를 점차 확장해나가면서도 디테일한 에피소드와 묘사를 놓치지 않아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끌어냈었다. 시즌1과 2 모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다만 장르, 소재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은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으면서 미드폼 드라마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원치 않는 운명을 타고난 소녀 무당 가두심과 원치 않게 귀신을 보게 된 엄친아가 학교의 미스터리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색다른 퇴마 드라마 ‘우수무당 가두심’을 비롯해 학교에선 왕따지만 SNS에서는 화려한 스타로 살아가는 고등학생 구애진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통해 SNS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그림자 미녀’ 등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들이 대부분 미지근한 반응을 얻으면서 의미를 남기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연희-이진욱 등 스타 캐스팅을 통해 새로운 로맨스를 그려내려 했던 ‘결혼백서’는 오히려 기존의 장점을 놓치는 애매한 결과를 보여주게 된 것. 현실 공감에서 벗어나면 그 매력을 잃게 되는, 미드폼 드라마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는 카카오TV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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