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소방관, 하루에만 2차례 음주운전 기소돼 벌금형…대법 "1차례만 음주운전 인정"
"명확한 반대 증거 없는 한 술 마시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코올 분해·소멸 시작된다고 봐야"
"2회 이상 음주운전 가중처벌 '윤창호법' 위헌 결정…공소장 적용 죄명 변경도 심리·판단해야"
대법원이 음주량과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콜농도를 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음주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하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하루에만 2차례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소방관에 대해 대법원은 1차례만 음주운전으로 인정했다.
6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직 소방관 A(48)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소방관이던 A씨는 지난해 1월 1일 하루에 두 번의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37분께 술에 취한 채 약 14㎞ 구간을 운전해 식당에 갔다. 이후 식당에서 또 술을 마신 그는 오후 5시께 만취 상태로 4㎞를 다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차 음주운전 때 적발됐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7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검찰은 이를 기초로 A씨를 2회 이상 음주운전죄(윤창호법)로 기소했다. 1차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A씨가 진술한 ▲음주량 ▲음주 시간 ▲술의 도수 ▲체중 ▲성별 등을 위드마크 공식에 적용해 0.041%의 혈중알콜농도를 추산했다.
1심 재판부는 몸무게 72㎏인 A씨가 범행 당일 오후 1시 10분께 1차 음주를 마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A씨의 당시 혈중알콜농도를 검찰의 수사 내용 그대로 판단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의 혈중알콜농도 계산이 틀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자신의 몸무게가 74㎏이며 1차 음주 종료 시점이 낮 12시 47분께이니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계산하면 0.029%라고 주장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0.03% 이상)에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나 2심 역시 검찰 조사에 문제가 없고, 설령 A씨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위드마크 공식 계산을 해도 1차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5%였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A씨가 마신 알코올양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해야 한다"며 "명확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술을 다 마신 때가 아니라 마시기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A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를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경우, A씨의 1차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기준에 못 미치는 0.028%로 계산됐다.
대법원은 또 파기환송하며 "2회 이상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이 나온 만큼 공소장 적용 죄명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도 심리·판단하라"고 짚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