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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 감형…어머니는 충격으로 실려나갔다


입력 2022.06.14 16:40 수정 2022.06.14 17:32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고등군사법원 가해자 장모 중사 강제추행치상 및 보복 협박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

재판부 "이 중사 사망 책임, 장 중사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 1심서 오히려 2년 깍아 7년 선고

1심 재판부 징역 9년, 장 중사 자살 문자메시지 '사과 행동' 판단…군 검찰은 징역 15년 구형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 전날인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가 2심에서 1심보다 2년 감형받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방청석에 있던 유족 중 한 명은 충격을 받고 쓰러져 실려나갔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이날 열린 공군 장모 중사의 대한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장 중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 '사과 행동'이었다고 판단했다. 군 검찰은 이 부분을 보복 협박이라 보고 1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판결을 달리한 것이다.


2심은 이를 납득하지 못한 군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로 이어졌다. 군 검찰은 2심에서도 보복 협박 혐의를 쟁점으로 짚으며 1심 때와 같이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형량은 오히려 2년 줄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과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런 행위만으로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 문자를 보낸 걸 위해를 끼치겠다는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을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해악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중사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장 중사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며 9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을 7년으로 깎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해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다"며 "이런 사태가 군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이기에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7년 형을 선고하는 순간 유족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재판장석으로 뛰어가다 군사경찰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판결에 충격을 받고 과호흡으로 쓰러져 실려 나갔다.


이 중사의 부친은 재판정을 나와서 "우리 국민의 아들 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거다"며 "그래서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된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의 강석민 변호사 역시 군사법원이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할 것이므로 양형을 이렇게(감형) 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며 "보복 협박이 인정되면 파기환송이 서울고법으로 갈 건데 법리적 문제가 쉽지 않아 유족이 엄청난 난관을 맞게 됐다"고 짚었다.


군 검찰이 2심에 불복해 다시 항고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한편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3월 선임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 갔으나, 이 과정에서 장 중사와 다른 상관들로부터 사건 무마성 회유·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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