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력행사’에 부담 가중…경영환경 악화 우려
핵심은 투자와 M&A…“노사 힘모아 위기 극복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 닥친 위기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압박은 오히려 거세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쟁사의 공격적 투자와 반도체 패권경쟁 등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Risk·위험)가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이 노사 문제로 곤혹을 치르면서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 초격차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활동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시장의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이를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과 달리 삼성 노조는 여전히 사측과 타협할 의지를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실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최근 제 2 노조가 설립됐다. 지난 18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기준 200여명의 예비 조합원들이 모이는 등 빠르게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제1노조인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인 것과 다르게 제2노조는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4500명 규모로 전체 직원 11만3000여명 중 4%만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모인 공동교섭단은 사측에 임금피크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근거로 회사에 압박을 가하며 지나친 위력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로 임금피크제 폐지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사측대표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에 대해서도 노조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3일에는 노조가 노사협의회를 고발하며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대내외 환경이 열악한 만큼 노조도 힘을 모아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된다고 지적한다. 기술 우위를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야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파업을 비롯한 노조의 집단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삼성의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초미세공정 역량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점유율이 대만 TSMC 보다 밀리는 만큼 선단공정 완성을 통해 기술 우위를 지속하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이달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완전히 종료하고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QD디스플레이는 이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미래 기술 중 하나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 교수는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기업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노조도 이 부회장이 느낀 불확실성을 위기로써 함께 공감하고 사측과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