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서로가 부담을 안주고 늘 지지해주는게 가족 아닐까요. 서로 질책도 하고 서포트도 해주지만 마음 한 켠에 고향같은 존재, 그게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한 분위기 속에 그려내면서도 문제점은 서늘하게 짚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한국 배우들의 만남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브로커'. 강동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고 좋은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어느가족'(2018)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했다. 강동원은 극중 상현과 함께 아기들의 입양 브로커 일을 하는 동수 역을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인연이 있던 강동원은 '브로커'의 시나리오를 한국의 제작, 배급사에 연결시키며 제작 단계부터 발로 뛰었다.
"전체적으로 시나리오 디벨롭 할 때부터 참여를 해서 프로듀싱을 첫 경험한 작품이 됐어요. 재미있었어요. 의미있는 작품이었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을까. 한국에서 촬영하고 시스템이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작업 방식은 새로웠다고.
"모니터를 안보시더라고요. 그게 제일 특이했어요. 가끔은 연기하는데 옆에서 보고 계시니까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영화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잡기 때문에 작은 화면에서 안보이는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시는구나했죠. 그리고 노력한 영화의 감정, 톤의 결과들은 스크린에서 잘 보이더라고요. 또 디렉션을 많이 안하셨어요. 연기에 대해서 크게 주문이 없으시더라고요. 동선 이야기만 정리하고 촬영했어요."
반대로 반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배우들과는 처음 촬영이라 일본에서보다 연기 칭찬과 감정 표현을 더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셨대요? 하하. 전 똑같이 했어요. 일본 감독님이라고 특별히 다르게 대하진 않았어요. 다만 쉬는 날 뭐하고 계실까, 맛있는거 드셔야 할텐데, 이런 걱정을 조금 했어요.(웃음) 외국 친구가 한국에 혼자 있으면 신경쓰이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식당도 추천해주고 그랬죠. 팬데믹 때 촬영해서 다같이 밥도 못먹고 그런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극중 동수는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로,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브로커 일을 시작한다.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보다는 함께 연기하는 상대방을 빛나게 해주는 능력을 한껏 보여줬다. 누군가는 강동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강동원이 영화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다.
"이번 작품이 힘을 제일 뺀 것 같긴 해요. 저는 가볍게 연기하는 게 편하고 재미있어요. 스트레스도 덜 받고요. 장르물에서는 특별한 캐릭터를 창조해내잖아요."
다만 힘을 뺀 연기를 하더라도 동수가 가진 이야기를 응축해 연기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보육원 출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작업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제게는 그게 제일 중요했어요. 연기하는 내내 동수가 가진 이야기를 계속 깔고 가려고 했고요. 동수가 돼 그들이 가진 아픔과 고충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극중 소영(이지은 분)이 상현, 동수, 해진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하는 신에서는 영화를 본 보육원 관계자들에게 '너무 좋았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아마 동수가 제일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 신에서 보육원 출신 분들이 손잡고 울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많은 관객들이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꼽는 소영과 동수의 회전관람차신에서도 비하인드를 전해줬다.
"안이 너무 좁아서 홍경표 촬영 감독님, 저, 이지은 세 명만 들어갔어요. 아무래도 동수에게 제일 중요했던 신이었죠. 동수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는 유일한 신이니까요. 그 때 제 목표는 지은 씨 눈물이 떨어지기 직전 눈을 가려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아주 담담하게요. 디렉팅이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강동원은 '브로커' 현장 내에서 해진과 우성의 전담 보호자였다. 이지은은 "강동원 선배님이 아이들과 너무 잘 놀아주셔서 저도 놀아달라고 할 뻔 했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강동원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당연히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감독님과 연출부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데 제작부에서 보통 많이 해요. 이번 영화에서는 해진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걸 덜어드리고 싶었어요. 아역 배우들이 현장에서 뛰어놀 때 연기가 가장 잘 나와야 최대한 자연스러우니까, 그럴 수 있도록 놀아주려고 했죠. 함께 하는 내내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즐거웠어요."
'브로커'는 칸 국제영화제에 이어 한국에서 개봉한 후,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범죄자를 착하게 그려놨다고들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콘셉트라 딱히 그 부분에 드릴 말씀은 없어요."
백악관에 초대됐던 방탄소년단 뷔가 일찍 귀국해 '브로커' VIP 시사회에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동원의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달려와 그들의 친분이 조명을 받기도 했다.
"뷔는 아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됐어요. 저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더라고요. 같은 고향은 아니지만 거창에서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VIP 시사회를 별로 안좋아해요. 손님 초대하고 좌석 배치하는 등 준비해야 할게 많거든요. 이번에도 메인관 두 줄 밖에 티켓을 못받아서 배체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좋은 자리가 많이 없어서 고민을 해야했어요. 잘 안보이는 자리는 성격 좋으신 분들에게 부탁했죠."
강동원은 최근 미국 대형 에이전시 CAA(Creatvie Artists& Agency)와 계약 소식하며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이제 배우라는 이름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콘텐츠의 중심이 된 강동원을 만날 일이 멀지 않았다.
"제가 쓴 시놉시스는 시나리오 단계에 들어가 있어요. 올 여름에 하나 나오고 내년 중반 쯤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쓴 건 제가 출연해요. 하하. 저를 생각하며 썼어요. 재미난 프로젝트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작이나 연기 열심히 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