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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㊴] 노다지 된 구근 ‘나리’…국산 품종 개발은 계속된다


입력 2022.06.30 06:30 수정 2022.06.29 15:1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2002년 개발…국산 자급률 10% 넘어

세계 3대 절화…다양한 품종 연구 확대

현재 90품종 개발…국내 시장성 충분


서경혜 농업연구사가 국산 품종으로 개발된 나리를 살펴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여름철이면 생각나는 꽃이 있다면 무궁화, 백합 등이 대표적이지. 백합이 우리나라 말로 나리라고 해. 나리는 순우리말이야. 이름도 예쁜데 꽃은 더 예뻐. 예전에는 수입하던 나리를 이제 국산 품종으로 대체해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지. 나리는 장비, 국화와 함께 세계 3대 절화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워. 농촌진흥청에서 2000년대 초반 나리 국산 품종 개발에 착수 하면서 이제 백합보다 나리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아졌지.”


바야흐로 나리의 계절이다. 여름철 대표적인 꽃을 연상하면 무궁화, 연꽃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나리는 화려함을 따라 올 수 없는 자태를 뽐낸다. 나리는 한송이만 집에 두어도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화단용・화분용으로도 선호하는 추세다.


나리는 우리가 그동안 부르던 ‘백합’이다. 이를 순우리말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에 속하는 풀을 총칭한다. 외국에서 주요 자생나리로는 일본 자생종인 나팔나리를 비롯해 중국 헨리나리, 리갈나리, 유럽 마돈나나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자생나리로는 날개하늘나리, 참나리, 하늘나리 등 아시아틱 나리와 모든 나리의 조상격으로 인정 받는 섬말나리 등 1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경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사는 “동양에서 나리는 꽃보다 전분과 약리성분을 이용해 식용이나 약용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국내에서는 2002년부터 국산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리는 꽃입에 점이 있는 것이 상품가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나리 품종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청초함의 대명사…울릉도 ‘섬말나리’가 모든 나리의 조상


세계 모든 나리의 조상이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섬말나리’다. 현대 과학자들이 형태 뿐 아니라 유전자 등을 고려해 작성한 나리 발생 계통도 상에서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흔히 사람들의 족보와 같이 꽃도 비슷한 발생계통도가 있다. 이 발생계통도를 보면 섬말나리는 가장 하단에 위치하는 원시종으로 분류된다. 모든 나라의 조상이라는 방증이다.


섬말나리 서식지는 울릉도다. 울릉도 고지대인 300~500m에 자생하는 섬말나리는 잎이 3개의 층을 이뤄 둥글게 난다. 꽃색은 노란색이다. 현재 울릉도 명소인 ‘나리분지’가 대표적인 섬말나리 서식지였다. 이주민들이 식량으로 분지에서 많이 나는 섬말나리를 캐서 먹었다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실제로 나리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식용으로 이용됐다는 오랜 기록이 있다. 일본에는 관상용으로 발전시켰다는 문헌도 나온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물서적인 중국 ‘신농본초경’에서 참나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의약서적인 ‘향약채취월령’과 ‘촌가구급방’ ‘동의보감’ 등에서 약재로서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1700년대 이미 120여 품종을 만들었다. 육성과정이 기록된 ‘투백합배양법(1847년), 백합보 등 서적이 나왔다.


서양에서는 나리를 종교적으로 인식한다. 유래도 매우 오래됐다. 기원전 1580년 경 미노아문명의 유적인 크레타의 대저택 벽에 남아 있는 나리의 벽화가 발견됐다. 그리스 신화에는 여신 헤라의 젖을 먹던 아기 헤라클레스가 서두르다 바닥에 흘린 젖에서 나리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향수로 만들었으며 고대 그리스는 결혼할 신부나 임산부가 나리로 엮은 화관을 쓰는 전통이 있었는데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생각했음을 짐작케 한다.


기독교에서도 나리는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 이는 그리스도의 탄생과 부활에 상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그리스도를 낳을 것임을 알리는 ‘수태고지’에서 순결함의 상징으로 나리를 줬다고 전해진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떨어진 피에서 피어난 꽃이 나리이기 때문에 부활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또 중세 이탈리아 라이헤나우 수도원장이자 학자였던 왈라프리드 스트라보는 뱀독을 해독한다는 효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밖에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 영향으로 순결과 동시에 선행을 상징해 왕, 귀족, 가문의 문장, 성직자 복장, 교회 장식에 나리를 이용했다.


나리는 청초함, 순결의 대명사다. 관상용으로도 좋지만 각종 축제에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배군득 기자
◆원조 보유국이지만…국산 품종 보급률 아쉬워


나리의 원조 보유국이지만 정작 나리의 국산 품종 보급률은 저조하다. 그나마 농진청이 2002년부터 연구 개발해 국산 품종 보급률을 끌어올리면서 현재 국산 품종 보급률은 10%를 넘어섰다.


나리는 생화뿐만 아니라 구근(알뿌리) 형태로도 이뤄진다. 생화의 경우 생산량이 특히 많은 네덜란드,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등이 강세를 보인다. 2014년 기준 네덜란드 생화 생산은 연간 약 8억본(줄기) 수준에 달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을 수출했다.


구근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세계 5600ha에서 생산됐다. 네덜란드,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나리 육종 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이 육종회사 제품은 라이선스를 보유한 세계 300개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리 재배 전체 농가의 32.4%가 강원도에 집중돼 있다. 재배면적뿐만 아니라 판매량, 금액 면에서도 강원도가 단연 1위다. 두번째로 나리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 제주도다.


하지만 우리 농산물을 대표하는 수출 품목임에도 구근 자급률은 저조하다. 특히 일본의 수입산 나리 시장의 98%가 우리나라산이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엔저로 고전하고 있다. 나리는 국내산 절화류 수출 1위 품목이다. 생산량의 30~40% 정도가 수출되고 있다. 주력시장은 일본이다.


나리는 관상용으로 일찌감치 명성을 얻었다. 화색이 다양하고 꽃이 아름다워 세계적으로 절화, 분화, 정원 등에서 다양하게 이용된다. 서양에서는 결혼 30주년을 의미한다. 나리로 만든 꽃다발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결혼 1주년은 팬지, 5주년은 데이지, 10주년은 수선, 15주년은 장미, 20주년은 원추리, 30주년의 나리는 원숙한 사랑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도 부귀와 백년화합의 상징이다. 선물과 경조사 등에 나리가 많이 쓰이는 이유다.


온대성 식물이어서 정원화 분화용으로도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프리지아, 글라디올러스, 다알리아는 우리나라에서 월동이 어려워 구근을 캐서 보관해야하는 반면, 나리는 관상하기 좋은 환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만큼 대규모 축제, 개인 농장의 관광용으로 쓰인다.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2만6000평에 심어진 100만 송이 나리를 즐길 수 있는 ‘유리 마츠리’가 열린다. 2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에서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카타우바와 앨라배마주 카하바의 나리 축제가 볼거리다. 우리나라는 충남 태안군 백합축제가 유명하다. 약 6만평에 피어난 나리꽃을 감상하며 명물 게국지에 곷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지난 16일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에서 열린 나리 품종 평가회에서 한 참여자가 품종 평가를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매년 열리는 나리 평가회…진화하는 우리 품종 나리


현재 국내에는 90개의 국산 품종이 개발됐다. 단시간에 많은 품종을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다. 아직까지 보급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 발 반 발 나아가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공원이나 화단, 화분용 식물로 관심 받고 있는 나리를 경관용으로 심기 위한 관련 연구와 품종 개발이 한창이다. 농진청은 이미 개발한 절화용 품종 가운데 색과 세력이 우수한 품종을 경관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구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농진청에서 기존에 개발한 국산 나리 품종 가운데 경관용으로 알맞은 품종과 새로 개발한 계통을 품종 평가회에서 소개했다.


2009년 개발한 ‘다이아나’는 선명하고 진한 노란색 꽃이 공 모양으로 핀다. 꽃이 위쪽을 향해 피는(상향개화) 품종으로 식물 세력이 우수해 경관용으로 손색이 없다. 2007년 개발한 ‘오렌지크라운’은 환경 적응력이 우수해 경관용으로 이용할만한 가치가 높다. 꽃 색이 선명한 밝은 주황색을 띠어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


2005년 개발한 ‘그린스타’는 초록빛을 띠는 연한 노란색 품종이다. 꽃잎에 반점이 있는 일반 나리와 달리 반점이 없어 깨끗한 느낌을 준다. 화단에 심어도 잘 자라고 꽃이 일찍 피는 특징이 있다. 이들 품종은 소량이지만 나리 구근 생산 농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농진청은 기존 품종 외에 화분용으로 좋은 새로운 계통도 선발했다. 진한빨강의 ‘원교 C1-142호’와 꽃잎 끝이 분홍색으로 물든 듯한 ‘원교 C1-143호’는 기존 나리보다 키가 작아 화분에서 재배하기 쉽다. 두 계통은 올해 소비자와 농가 평가를 받은 뒤 내년 품종화할 계획이다. 구근을 증식해 시범 농가에 보급도 구상 중이다.


서 연구사는 “지금까지 잘 다져 놓은 다양한 나리 육종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관용 나리 연구에 박차를 가해 화훼산업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7월 7일 [新농사직썰㊵]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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