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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코드인사' 홍장표, "정권 나팔수" 거론할 자격 있나


입력 2022.07.07 16:52 수정 2022.07.07 17:0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사퇴 압력에 강한 반발심 표출한 자신감 근거는?

홍 취임과 함께 KDI는 '정권의 나팔수' 기관 전락

홍장표 당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11월 14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격차 완화와 소득주도성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것과 관련해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홍 원장의 발언이 성립되려면 최소한 사퇴 압력에 대항할 '떳떳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홍 원장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KDI는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다'라는 강한 반발과 기개의 근원이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홍장표 원장은 문재인 정권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던 작년 5월 KDI 출신 원로 학자들의 홍 원장 선임 반대에도 정부가 임명을 강행하자, 정권 말까지 코드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야권을 비롯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조차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 원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말하자면 홍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소비가 증대되면서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득주도성장은 고용 상황과 분배 지표를 악화시켰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대선 공약을 실현하겠다며 임기 초반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다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실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경제학 기본 원리에 애당초 위배됐다.


학계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났고 더 이상 지지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조차 "일자리라는 마차는 경제성장이라는 말이 끄는 결과이기 때문에 마차를 말 앞에 둘 수 없다"고 직격을 날렸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분명한 정책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나 반성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자 2020년 이후부터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포용성장이란 용어가 들어갔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재인정권이 홍장표 당시 부경대 교수를 KDI 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KDI를 '정권의 나팔수' 정도 되는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분명한 시그널을 줬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KDI 연구보고서에 정치색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 홍 원장이 "KDI는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다"고 언급한 건 그 자체로 위선적이라는 평가다.


홍 원장 취임 당시 KDI 내부 반발이 만만찮았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KDI는 정통파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됐던 반면 홍 원장은 비주류인 후기 케인스학파로 분류됐다. 2018년엔 KDI 선임연구위원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KDI의 정치화를 과연 누가 선동했는지 홍 원장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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