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장관 '독대 보고'…책임·성과 중시 尹대통령 리더십

PPT·실무자 배제…장관 단독 보고

尹 측 경제수석 등 참여해 토론 형식

성과 주문 집중…"책임장관제 구현"

부처 일선도 긴장감↑…"더욱 신중"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각 정부 부처 별로 취임 후 첫 업무 보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2일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전날엔 기획재정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경제 관련 핵심 부처를 선택함으로서 경제 위기 돌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동시에 '장관 독대 보고'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며 책임과 성과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업무 보고가 이뤄질 경우 부처 측에서는 장관을 비롯해 차관 및 실무자 10여 명이 동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통상 부처 측에서 사전에 PPT 등 발표 자료를 준비해 온 뒤 분야별로 실무자가 순서를 나눠 발표하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PPT 등 발표 자료를 생략하고 실무진급의 참석도 배제한 채 부처의 최종 책임자인 장관만을 불러 독대 보고를 받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형식적인 보고 방식을 지양하고, 자칫 부처 책임자가 실무에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정부의 업무보고 방식에 대해 "실용적인 보고는 경제의 복합적 위기 속에서 업무 보고가 백화점식 나열이라든가 장밋빛 청사진 같은 비전 선포가 아니라 부처의 핵심 정책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행전략을 모색하는 방식"이라며 "각 부처에서 PPT를 만들지 않고 장관이 부처 업무를 깊이 숙지하고 와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실제 이날까지 이뤄진 업무 보고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실무자를 대동하지 않고 홀로 윤 대통령의 집무실을 찾아 보고에 임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이 배석해 함께 보고를 듣고 논의를 나눴다.

보고는 부처 측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장관이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혹은 참모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논의가 이어졌다. 강인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며 업무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보고 형식을 취한 배경에는 참모들의 '책임감'과 '성과'를 중시하는 성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 내각을 구성하면서부터 사실상 '책임장관제'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던 만큼, 독대 보고를 통해 각 부처 장관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독대 보고에 임한 장관들을 향해 윤 대통령은 '성과 도출'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창양 산업부장관에게 "마드리드 정상외교와 연계한 원전, 방산, 인프라 수출에 관해 산업부가 중심이 돼 조기 성과를 도출하도록 진행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는 한편 이영 중기부장관에게는 "협력업체 납품 단가 적정 조정을 위한 상생협력 여건과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움직임에 일선 부처도 대통령실의 동향을 살피며 보고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업무 보고가 예정된 정부 부처의 국장급 인사는 통화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안에 대해 토론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보고자가 세세한 부분까지 업무를 속속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막힘 없이 매끄러운 보고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실무진 단계서부터 장관까지 일목요연하면서도 핵심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가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더군다나 취임 후 첫 업무 보고다 보니 실무진들의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도 "정권 초기 '부처 기강잡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책임이 가중되다 보니 이전과 비교해 더욱 신중하게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3개 부처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오는 15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고용노동부와 보고를 진행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독대 보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소신껏 업무를 추진하는 책임장관제의 출발점"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