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딛고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백기’…“경쟁과열 등 원인”
이랜드 리테일, 한식뷔페 부흥 위한 다양한 노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뷔페 업종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와 후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중저가 한식뷔페’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22일 해산물 뷔페 마키노차야에 따르면 올해 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2% 상승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의 올해 5~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도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6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 봄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분위기에 각종 모임이 다시 열리게 되면서 중저가 뷔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재조명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외식업계서는 매출 대비 수익성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은 물론 여러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매장의 임대료까지 감당해야 할 고정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뷔페 이용료를 큰 폭으로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이미 한식뷔페를 운영하다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지난 4월을 끝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정리했고,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뷔페 ‘올반’도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선발주자였던 풀잎채도 2020년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통해 물가상승을 버티고 있다. 신라호텔 뷔페 ‘더 파크뷰’는 지난 2월 성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을 11만9000원에서 14만원으로, 웨스틴조선 서울 ‘아리아’도 지난달 주말 저녁 가격을 14만5000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 트렌드가 변했고 유사 브랜드가 많이 생기면서 매장이 급격히 늘었지만, 고객들은 흔해진 매장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동시에 SNS가 활성화 되면서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유행을 하면서 산업 자체가 정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집밥을 해먹기 시작하면서 외식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타격을 줬다”며 “여러 메뉴를 다 갖춰야 하고 큰 규모에 걸맞는 직원을 써야하고, 임대료부터 식재료까지 단가가 다 올라 기업이 감내할 부분이 너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식에 대한 트렌드 변화도 컸지만 외식시장 양극화에 따른 1~2만원대 한식뷔페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물가 상승에 따라 한식 뷔페의 메뉴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주로 즐기던 중산층들은 가격에 민감하다보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식뷔페는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을 시작으로 2013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10년대 중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2016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에 따른 신규 출점 제한과 경쟁 과열, 외식 트렌드 변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특히 코로나 감염병 유행은 뷔페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감염 우려로 외식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데다 뷔페 업종이 ‘고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8월부터 한식뷔페를 비롯한 모든 뷔페 매장의 영업이 약 두 달간 전면 중단됐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 중 유일하게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자연별곡’이 남았다. 자연별곡은 현재 3곳(서울 송파점, 인천 논현점, 부산 서면점)을 운영하고 있다. 송파점의 경우 프리미엄 모델 매장을 준비하며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고물가 시대 이랜드가 한식뷔페를 접지 않고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넘어 파인 다이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과 같이 좋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세대를 막론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랜드는 한식뷔페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자연별곡 매장을 최근 인기가 좋은 샤브샤브 뷔페 로운으로 리뉴얼하고, 서울 송파점에서 차기 프리미엄 매장을 테스트하고 있다. 메뉴 수는 소폭 줄이되, 음식의 품질을 높이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도 한창이다. 우선 유통사업의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사업부 재편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하이퍼마켓 사업부문과 패션브랜드 사업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해 신규법인 '이랜드홀푸드'와 '이랜드글로벌패션'을 설립한다.
'이랜드홀푸드'는 킴스클럽과 NC식품관을 운영하면서 지분투자를 완료한 오아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산지 신선식품 시장과 온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외식사업부문인 '이랜드이츠' 운영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가정간편식 및 외식 식자재 소싱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키로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사업부 물적 분할은 외식 사업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하이퍼(마트) 부문이 홀푸드로 물적 분할하기 때문에 원재료 소싱 차원에서 어느정도 함께 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도 고급화 매장 테스트와 꾸준한 HMR 테스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