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확장성, 이재명에겐 없지만 나만 갖고 있는 강점
중도·보수 흡수해 총선 승리 이끌 후보가 당 리더 돼야
97·86, 뭐가 다르냐고? 난 구체적 성과 있고 계파 없어
조직력 약하다는 평가 인정...컷오프, 걱정되는 게 사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은 "당 안에서만 인기 있고, 바깥에선 패배가 자명한 후보가 당의 얼굴이 되어선 안 된다"며 '이재명 불가론'을 거듭 강조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일원인 박 의원(71년생)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초선·인천 계양을)이 가지지 못한 본인만의 강점으로 '외연 확장성'을 꼽으며 "중도·보수층 유권자들 표까지 흡수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가 당의 리더가 돼야 한다. 그게 박용진"이라고 했다.
그는 '생물학적 나이 빼고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당 안팎의 평가에 대해선 "그 지적에서 '박용진은 빼고'일 것"이라며 "나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고, 86세대처럼 이념에 휩싸여 '끼리끼리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합류한 박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51%의 득표율로 서울 강북을에서 당선됐다. 이후 유치원 3법 통과, 이건희 전 삼성회장 차명자금 4조5천억 원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내부 문건 공개 등 맹활약을 펼치며 굵직굵직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박 의원은 수면 위로 떠오른 '비명(비이재명)계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이재명 안방 대세론'을 깨부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본경선에 누가 올라가든, 올라간 사람 중심으로 단일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나와 강병원 의원은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머지 두 분(강훈식·박주민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태도가 불분명하다"며 "솔직히,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훈식·김민석·박용진·박주민·설훈·이동학 후보님께 제안드린다"며 '컷오프 이전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강훈식 의원과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주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떠나간 민심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당장 김해영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도 약속했다. 박 의원과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당에 쓴소리를 담당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멤버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비명계 단일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 97그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A : 나와 강병원 의원은 (비명계)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머지 두 분(강훈식·박주민 의원)은 이재명 의원에 대한 태도가 불분명하다. 솔직히,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단일화와 관련된 역할은 얼마든지 할 생각이다. 컷오프 이후엔 단일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이 있다. 본경선에 누가 올라가든, 올라간 사람 중심으로 단일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이재명 안방 대세론'을 깨부수는 기폭제가 될 거다.
Q : 단일화 방식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A :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이 볼 때 상식적이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 100%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나.
Q : 이재명 의원을 '쇄신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A : 이 의원은 대선·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한 '패전 장수'다. 두 번의 연속된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며 당권 도전에 나선 것 자체가 민주당에겐 불안 요소다. 민주당이 가장 시급하게 극복해야 하는 것은 기득권에 안주한 채 '이대로 가자'는 낡은 사고방식인데, 딱 지금 이 의원이 그 낡은 인식에 갇혀 있다.
Q : 이재명 의원이 가지지 못한 본인만의 강점은.
A : 외연 확장성이다. 각종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하면, 내가 이 의원을 이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도 당 지지율은 30~40%대 정도였는데, 나는 64.4%를 얻었다. 서울 지역 득표율 1위였다. 20%p 정도가 다른 지지층에서 온 것이다. 당 안에서만 인기 있고, 바깥에선 패배가 자명한 후보가 당의 얼굴이 되어선 안 된다. 중도·보수층 유권자들 표까지 흡수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가 당의 리더가 돼야 한다. 그게 박용진이다.
Q : 중앙위원 70%·일반 국민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진행되는 컷오프(예비경선) 통과는 자신 있나.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원내 지지 세력과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데.
A : 사실, 진짜 걱정된다. 그래서 요즘 잠을 못 자고 있다. 하하하. 나는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고 할 말은 하고 할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당내 세력과 조직력이 약한 건 당연한 결과다. 지난 대선 경선에 나서고, 이번에 당 대표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당내 기반을 열심히 닦고 있다.
Q : 생물학적 나이 빼고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A : 그 지적에서 '박용진은 빼고' 일거다. 유치원 3법 통과, 이건희 전 삼성회장 차명계좌 과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내부 문건 공개 등 나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는 사람이다. 이념에 휩싸여 '끼리끼리 정치'를 해왔던 86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또 97세대와 달리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았고, 악성 팬덤에 무릎을 꿇지도 않았다. 나는 세분(강병원·강훈식·박주민 의원)과 다르지만, 세분을 동지로 생각하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Q : 강병원 의원이 '공천권 포기 선언'을 주장했는데, 동의하나.
A : 동의 안 한다.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공천권을 포기할거면, 당 대표를 왜 하려고 하나. 총선 1년 전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여러 잡음을 줄일 수 있다.
Q : 당 대표가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는.
A : 떠나간 민심과 신뢰를 되찾는 것. 당에 대해 잘 알고, 쓴 소리도 많이 한 김해영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바로 출범시킬 거다. 약속·청년·경제·국제·사회연대 정당으로 탈바꿈 시키겠다.
Q :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공식 선언을 했던 다른 당권주자들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터 연설'로 유명한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A :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 지역구를 뒤로하고 험지인 부산으로 가셨다. 지금 민주당이 '영남 소외'를 극복하려면, 진영 대립·계파 독점·악성 팬덤·내로남불의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그 결별 선언식을 하려고 부산으로 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