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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한산:용의 출현', '명량' 단점 지운 박해일표 이순신


입력 2022.07.28 08:08 수정 2022.07.28 08:0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7일 개봉

김한민 감독이 176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쥔 '명량'의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으로 8년 만에 돌아왔다. 흥행 돌풍 속 지적 받았던 아쉬웠던 점들을 모두 보완해 돌아왔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전술을 한층 큰 스케일로, 고뇌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전작의 그림자는 없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보다 5년 앞선 1592년 한산도 대첩을 초점으로 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한양을 단 15일 만에 점령하며 조선에게는 패색이 드리워진다. 왜군은 조선을 넘어 명나라로 향하기 위해 대규모 병역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향하자 수세에 몰린 상황 속 이순신 장군은 전라도를 지키고 조선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거북선은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어 정상적으로 출항하기 어렵다. 왜군들은 두려움에 빠뜨렸던 거북선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첩자를 보내고, 거북선의 도면마저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학익진 전술까지 와키자카의 귀에 들어갔다.


한산대첩 이전까지 영화 초중반은 첩보전의 형식으로 흘러간다. 왜군들은 조선말에 능한 병사를 스님으로 속여 첩보 활동을 지시한다. 이순신 장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패기 넘치는 와키자카 곁에는 조선의 기생 정보름(김향기 분)가 맴돈다.


영화는 조선과 왜군의 대결 진영이 아닌, 의(義)와 불의(不義)의 대결로 바라본다. 이 시선은 항왜한 병사 준사(김성규 분)의 활약으로 도드라진다. 준사는 승리를 위해 병사들의 죽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자신의 우두머리에 실망하고, 마침 병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순신 장군을 목격하게 된다. 병사와 정보름이 펼쳤던 첩보전은 항왜한 준사에게 넘어간다.


전작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카리스마,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을 필두로, 와키자키(변요한 분), 어영담(안성기 분), 원균(손현주 분), 준사, 임준영(옥택연 분), 정보름 등 주변 인물들과 비중을 분배했다. 또한 한산대첩과 맞물린 육지전 웅치 전투까지 시야를 넓혔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부터 몸을 내던지는 백성까지 애국심을 고취시키지만,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왜군들의 잔인한 면을 보여주며, 갈등을 위한 준비 운동도 없다. 그저 조선의 전술과 일본의 전술에 집중하며 세련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후반 51분의 해상 전투 신은 '한산: 용의 출현'은 김한민 감독을 기다린 8년의 시간을 보상한다. 여주의 오픈 스튜디오와 강릉 스케이트장에서 촬영해 CG로 만들어낸 해상 신은 '명량'보다 스케일을 키웠다. 교과서에서 봤던 학익진이 광활한 바다 위에서 펼쳐지며 실감 나는 전투가 그려진다. 견내량에서 기회를 보기 위해 정박하고 있던 왜군을 불러내기 전까지 일렬횡대를 취하고 있다가 유인해 중앙으로 불러낸 후 포위해 공격을 퍼붓는 학익진은 위용과 함께 '바다 위의 성'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왜군들의 공격 속에 등장한 거북선은 '한산: 용의 출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거북선이 등장 파괴적인 힘과 희열이 느껴진다. 학익진부터 거북선까지 김한민 감독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관객들을 오차 없이 전쟁의 한 가운데 데려가, 승리를 맛보게 한다.


'한산: 용의 출현'의 휘몰아치는 힘은 박해일의 연기로 완성된다. 박해일은 차분하면서 고민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말을 많이 한다거나, 화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감정과 톤을 최대한 절제했다. 대사 한마디, 찰나 눈빛, 짧은 호흡마다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실었다.


와키자카로 변신한 변요한의 열연도 돋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로 연기하며 89kg까지 증량해 장수로서의 무게감을 주려 했다. 와키자카의 조카 사헤에 역의 이서준이 패기와 야망, 잔혹한 얼굴로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27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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