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매출 견조…세트사업 부진 상쇄
3나노 성공적 양산…파운드리 ‘초격차’ 순항
“단기 계획 재검토…중장기 투자는 유지”
삼성전자 반도체가 2분기 ‘원맨쇼’를 벌이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대외 악재에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반도체가 기술력을 앞세워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8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메모리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경우 판가가 좋았고 환율 영향도 있어서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성장했다”며 “그동안 견조 하게 유지됐던 서버용 제품 (판매)도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 시장은 쉽지 않은 환경이었고 소비자 제품에 타격이 있었다”며 “특히 모바일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D램보다 소비자 비중이 높은 낸드플래시에 뚜렷하게 영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2분기 실적에서 반도체는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세트사업 부진과 맞물리면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분기 9조9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4% 늘어난 수치다. 매출도 28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3% 늘었다.
반면 모바일과 가전 등 세트사업은 물가 상승 여파를 직격타로 맞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원자재값 상승이 고물가로 이어지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금리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과 생활가전 등 세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2분기 3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세부적으로는 모바일에서 2조6200억원, 생활가전에서 3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모바일이 29조3400억원, 생활가전이 14조8300억원으로 총 44조4600억원을 달성했다.
압도적 기술력에 수요 견조
이처럼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미세공정을 비롯한 높은 기술 경쟁력 덕분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주며 견조한 수요를 유지할 수 있었고 불확실성 극복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을 적극 도입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회사 측은 “파운드리의 경우 선단공정을 통해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안정적 공급을 위해 거래처 수요와 경제성, 수익성 등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규라인인 평택은 2023년, 테일러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성장성 지속되면 2025년쯤 자체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3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미세공정 실현에 성공하면서 향후 행보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이미 3나노 2세대 공정에도 착수해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3나노 GAA(Gate-All-Around) 2세대 공정은 1세대와 비교해 면적, 성능, 전력 효율을 더욱 개선하는 공정”이라며 “개발 체계 개선 통한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 개발 초기 리소스 집중 투입을 통해 초기 수요를 램프업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특히 모바일 응용처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 규모는 점차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개발 중단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하며 사업 지속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회사 측은 “엑시노스 사업중단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사는 엑시노스 사업 모델 재정비와 효율적인 리소스 활용 통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선도업체와의 협력 강화, 조기개발 착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증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 위축에 단가하락까지…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다만 반도체 역시 하반기부터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D램과 낸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수요 위축과 이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앞서 예상한 3~8%에서 8~1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가격 역시 올해 3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장기적 투자 계획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기회 요인도 있고 수요관점에서의 리스크가 현존하는 상황이지만 시장 잘 보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낸드는 PC와 모바일 등 컨슈머 제품이라 수요가 약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엔드유저의 고용량 제품 니즈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고객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선단공정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 설비투자 계획은 여기에 맞게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4조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77조203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1.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