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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커피’ 인상시계 째깍…‘밀크플레이션’ 현실화되나


입력 2022.08.19 15:07 수정 2022.08.19 15:1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서울우유, 조합 목장에 경영안정자금 지급 결정

유업계 “사실상 원유값 ℓ당 58원 올려준 것”

서울우유 “소비자 가격 올릴 계획 없다”

그러나 자금 부담에 인상 불가피 전망 우세

서울우유가 원유가격 최대 인상을 가정하고 낙농가에 차액을 선지급하기로 하면서 '밀크플레이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보행로 광고판에 서울우유 광고가 게시돼있다.ⓒ뉴시스

국내 최대 우유업체인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原乳) 구매가를 인상하면서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우유 값 안정화를 목표로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가격을 정하는 ‘차등가격제’를 추진하던 상황에서 서울우유의 결정으로 제도 도입은 물론 물가 관리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16일 대의원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료 가격이 치솟으며 생산비 부담이 커져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번 지원금은 원유 공급 낙농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지만 사실상 원유 구매가격 인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서울우유는 원유가격 인상 예정분(58원 기준 월 30억원)을 조합원 낙농가에 먼저 지원한 뒤 나중에 실제 인상분에 따라 이를 재정산 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원유가격은 매년 8월 초 낙농가와 유업체 대표, 정부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에서 협상을 통해 결정됐다. 서울우유는 낙농진흥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동안은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가격을 준용해왔다.


그러나 낙농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와 낙농업계간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원유가격 결정이 지연되자 독자적으로 원유 가격을 인상했다. 2013년 정부와 업계가 도입한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를 무력화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 서울우유 독자행동, 우유값 인상 도화선…“유업체도 난감”


서울우유 결정에 그간 원유값 개편을 두고 낙농가와 ‘줄다리기’ 하고 있던 다른 우유업체와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에서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우유가 독단적으로 원유 가격을 최대치로 인상해준 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은 적게는 47원에서 많게는 58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는데 서울우유에서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인상을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다른 낙농가들이 이 수준의 원유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장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격은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적용되는데 서울우유가 이번에 L당 58원을 올렸다면 소비자 가격도 L당 580원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유가격 상승이 유제품 전반의 물가를 높이는 ‘밀크 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 제품 가격이 모두 오를 수 있다. 라떼를 만드는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의 커피 가격 인상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은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서민 물가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커질 경우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고르는 모습. ⓒ뉴시스
◇ 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자발 도입한 농가-유업체에 지원 집중”


시장점유율 40%가 넘는 1위 업체 서울우유가 가격을 독자 결정하면서 정부의 제도 개편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우유의 기습적인 인상으로 유업계의 우유 인상 도화선에 불을 당기면서, 정부는 추진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협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시한에 대해 못 박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앞으로 낙농진흥회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희망하는 조합 및 유업체를 중심으로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가 독단적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한 만큼 더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늦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이참에 현 가격 결정 제도 폐지도 함께 고심하고 있다. 시장에 전면적으로 가격 결정을 맡기는 대신 낙농가에 지원하는 예산을 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낙농가 지원금을 통해 원유 가격 결정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18일 브리핑에서 “낙농가에 대한 전국 지역 설명회가 거의 마무리 됐다"면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와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해 제도 개편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세부 실행방안 마련과 원유가격 협상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도미노 인상 우려 등 시장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서울우유 측에 협조 요청도 검토 중이다. 밀크플레이션 사태가 촉발될 경우,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차관보는 "정부가 유업체에게 강제로 가격을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유 가격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있기에 유업체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유업체와 논의에 나선 것은 아니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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