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부정확해 분석도 저하
규제 완화에 "실낱 같은 희망"
"부모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준 자녀의 경우 보험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도 보험 가입 이력이 없다고 뜬다. 알고리즘 등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자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지난 25일 데일리안과 만나 "고객의 보험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가입 이력이나 보장 내용 등 보험사가 제공하는 API가 중요한데, 보험사들이 데이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PI는 개발자들이 앱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함수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금융사마다 API를 받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은 보험 가입 정보와 건강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보장 정보를 분석하고 보험금 청구 등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만건이고 고객 수도 250만명에 이른다.
류 대표는 "고객들이 보험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특약 정보 등 디테일이 어려워서인데, 이런 정보들이 API로 표준화, 정량화가 안 돼 있다 보니 이를 이용하는 분석 서비스도 부정확하다"며 "오히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닌 기업이 신용정보원 정보를 스크래핑해 제공하는 보험 분석이 더 정확할 때도 있어, 우리가 고객에게 미안한 상황"고 비판했다.
이어 "빅테크든 핀테크든 원 데이터가 정확해야 비교·추천 등 분석 정확도가 높아져 소비자 편익도 커진다"며 "금융당국이 직접 보험사 API 개선을 요구해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사실상 금지했던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지난 23일 결정했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중개'로 해석해 관련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만 서비스를 허용해줬는데, 이를 풀어준 것이다.
핵심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던 보맵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다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준 금융당국의 결정이 우리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소법 시행 이후 1년이 흘렀는데 좀 더 빨리 길을 열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1년은 스타트업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보맵의 핵심 수익 모델이 휘청이면서, 여러 부침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온라인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정규직 설계사 모델을 시도했다가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류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보맵이 중개 서비스를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회사 GA를 만들었지만 우리조차도 혁신이라는 생각은 안들었다"며 "자신 있었던 서비스가 막히다보니 핵심 인력 이탈, 고객 감소, 투자 유치 난항 등으로 어려운 시기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보맵은 맞춤형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재개를 시작으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알고리즘 정확도 등 기술적 준비는 자신 있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해볼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건강과 금융 데이터를 잘 분석해 데이터로 보험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