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 부담
하반기 식품 가격 인상 또 줄잇나
달러 환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뜩이나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곡물 등 수입 비용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식품의 경우 필수적인 밀, 대두, 옥수수 등의 곡물 매입 가격이 높아진다.
통상 식품업계는 3개월 미리 원·부자재를 비축해두기 때문에 상반기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원부자재 비용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구매 타이밍을 늦추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식량 위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가 한정적이라 공급량이 한 없이 부족한 데다, 기업들이 제품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상품성이 뒷받침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 물류비 등이 모두 치솟은 상황이란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구매 시기를 늦춰도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 원자재를 들여와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곡물 가격이 오를 때를 대비해 대금을 선지급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환율상승의 피해가 막대하지는 않다”면서도 “업계 특성상 원자재를 구입 후 장기 보관할 수 없어 환율 급등 시기에 원가 압박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식품 도미노 인상 ‘불가피’…“정부 눈치에 기업도 부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엔 식품 가격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 상승은 돼지고기를 비롯해 닭고기, 소고기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육류 가격 상승은 또 다시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밀가루 제조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분업계는 밀가루 주원료가 되는 소맥을 미국과 호주에서 구매하는데 최근 국제 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구입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과자, 빵, 라면 등 주요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식품 기업들의 부담 역시 말도 못할 지경이다. 이들 업체는 올해 초, 최소 3개월 이상 재고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단기 영향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농심은 이달 15일부터 신라면 등 26개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 추석 이후 다른 기업들 역시 가격 인상 조치가 줄줄이 예고돼 있기도 하다.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부담은 큰 상황이다.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재인 탓에 가격 인상 때마다 여론과 정부 눈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상향조정하고 싶어도 최근 반값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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