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레이스를 위해 많은 걸 투자해왔죠"
계속되는 '페이 드라이버' 문제점... "내년에는 서킷에 못 나올수도 있다"
유럽에 존재하는 장학금제도... "후배들 위해 국내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카레이서들
"공기역학은 강력한 엔진을 만들 수 없는 것들이나 신경 쓰는 기술이다"
소수점 대 시간과 싸우는 레이스. 모터스포츠는 세계적으로 1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슈퍼카의 아버지' 엔초 페라리는 F1 드라이버로 활동하다가 32세에 나이 때부터 자동차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더 빠른 속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내연기관을 자동차에 적용하기 전에 이미 19세기 중반에 전기자동차가 등장했다. 그러나, 축전지가 무겁고 항속거리가 짧은 결점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을 자동차 원동력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계속 됐다. 내연기관이 성공적으로 자동차에 적용되기 시작된 이후로,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1908년 세계 최초의 양산 대중차 T형 포드 제작을 개시했다. 그 때 당시 대중들에게 부자의 산물이었던 자동차는 모두 양산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빠른 속도에 대한 열망. 계속 발전되는 기술의 영향. 역사적으로 모터스포츠가 사랑 받은 이유다.
■ "최소한의 레이스를 위해 많은 걸 투자해왔죠"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는 1987년 3월 강원도 용평 무대에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트랙 레이스와 후원 기업의 참여가 이뤄졌다. 20년 남짓한 짧은 시간만에 2010년 전남 영암군 F1 경기장에서 국제 자동차 연맹이 규정하는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렸다. 이어 국제 자동차 트랙인 인제 스피디움이 개장했다. 지난 8월 20일 그곳에서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참가한 정병민(28, 투케이바디) 드라이버를 만났다.
이날 경기를 마친 그는 앞서 9년차 카레이서가 되기까지, 시작하게 된 계기를 회상했다. 힘들었던 과정. 내년에는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우연히 봤던 F1 경기에 매료됐다"며 "막연한 레이스에 대한 꿈을 갖다 보니 대학교도 모터스포츠 전공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 학과가 개설되면서 자동차 경주를 학문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급격하게 관심도가 높아진 국내 모터스포츠에 많은 이들이 '카레이서'를 향한 꿈을 갖고 대학 문 발치에 섰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문제로 인해 꿈을 포기하게 되면서 과도기로 접어 들었다.
■ 계속되는 '페이 드라이버' 문제점... "내년에는 서킷에 못 나올수도 있죠"
정병민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운영하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언스의 인스트럭터 일을 병행하면서 레이싱을 멈추지 않았다. 많은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은 병행하는 수입의 전부를 투자할 정도라고 한다. 페이 드라이버(Pay Driver) 문제는 초기 자본금에 따라 출전 여부와 성적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는 투케이바디(2KBODY)에 입단하자마자 2020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개막전 GT2 클래스에서 우승을 거머 쥐었다.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안된 팀과 여러가지 변수와 상황에서도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던 덕분이라며 우승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다보니, 준비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기대도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우승을 하다보니, 약간 믿기지도 않았고 체커기를 받는 순간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드라이버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팀 단장님, 매니저님, 차량을 정비 해주는 미케닉, 엔지니어들과 함께여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덧붙였다.
■ 유럽에 존재하는 장학금 제도... "후배들 위해 국내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동일한 차종으로 서킷에서 달리지만, 드라이버마다 운전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차량 내부 부품은 차별화가 심하다. 자본금이 많은 드라이버인 경우 노쇠화된 부품들을 교체하고 정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드라이버의 개인 능력이 차체 능력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그는 "레이스를 하고 싶어하는 과 후배들은 굉장히 많다"며 "이러한 아마추어 경기 같은 경우에도 20대 사회 초년생이 투자하기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스칼라쉽(장학금)이 해외에서는 그런 제도들이 굉장히 잘되어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그런게 없다"며 "학교나 다른 후원사 지원이 많이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터스포츠라는 자체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드라이버든 자기 예산으로 원하는 성적을 내서 눈에 보여야 스칼라쉽에 선발이 되는 것"이라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카레이서들
아스팔트를 가득 채운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돌아온 차 한 대에는 여러 명이 붙어 있었다. 한 팀의 열정이 차체에 달라 붙었다. 관중석에서 전광판을 바라보다 결승선을 돌아올 즈음. 멀리서 가까워지는 엔진 소리에 관중들 환호성이 묻어 난다.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중들은 경기 진행방식과 다양한 클래스가 존재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카레이서라는 단어는 친숙하다. 그들은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서킷에 뛰어든다. 우승을 향한 도전과 시상대 단상에 오른 경험이 끊임없이 과제를 던진다.
드라이버로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에 정 씨는 "드라이빙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격적이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며 "차량 데이터 분석 공부를 열심히 해서 차량의 성향이나 주행했을 때 문제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끊임없이 노력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때까지 과제를 던지고 해결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