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2 전시장 풍경
양사 입장에선 각자 '아픈 손가락'
모바일·TV 둘러싼 난타전 없어져
"숨기거나, 혹은 없거나"
기술 강국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를 관람한 후 떠오른 개인적인 단상이다.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 올해 IFA에서 단연코 주인공은 국내 투톱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남다른 부스 규모와 가전 기술로 시장 최신 흐름과 전망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가슴 한켠 아쉽다는 마음은 지우기 힘들었다. 삼성전자의 OLED와 LG전자 모바일의 '그림자'라는 공통점 탓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선보였다.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다소 '무심하게' 말이다. 관람객이 잘 보이는 부스 전면에 마이크로LED와 QLED TV를 보란 듯 전시한 것과는 달랐다. TV 글로벌 1등 삼성전자답지 않은 소극적인 홍보였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OLED가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어서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에 회의적이었다. 대항마로 QLED를 내세웠다. 그러나 LCD TV 수익성은 나날이 떨어지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가 주목받으니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강조하자니 자사 주력 QLED가 민망한 상황이 됐다. 또한 QD-OLED 패널 생산 물량 문제가 있기도 하다. LG전자 부스에서 세계 최대 97인치 OLED TV가 화려한 위용을 뽐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LG전자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모바일이다. 마지막 대규모 오프라인 전시회 IFA 2019에서 볼 수 있었던 스마트폰 부스는 올해 통째로 사라졌다. 대신 모바일 관련 기기인 무선이어폰 '톤프리'만이 자리 한쪽을 차지했다. 삼성이 '접히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겠다며 갤럭시 전시·체험 부스·별도 기자간담회까지 마련한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끝내 출시되지 못했지만 '말리는' LG 롤러블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초 스마트폰에서 손을 뗀 LG전자는 주변 기기 및 관련 특허 위주로만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를 해체했지만, TV·음향기기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에서 무선이어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선이어폰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지만 이미 시장 양강 구도를 형성한 삼성 갤럭시 버즈와 애플 아이팟 사이에서 단말기 지원 없이 나 홀로 외로이 싸워야 한다.
공통으로 이 둘은 양사에서 각각 딜레마가 됐거나 혹은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는 사업이다. 사업 전략과 전망, 수익성 등을 놓고 봤을 때 단순 비교의 대상은 아니지만, 삼성과 LG가 그간 'TV 및 모바일'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 개척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심 아쉽다. 올해 IFA에서 OLED TV와 모바일을 둘러싼 양사의 비방·난타전은 전무했다. 게임이 안 되거나 경쟁 대상이 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LG 스마트폰 철수, 물론 회사는 고심 끝에 내린 전사적 차원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하드웨어 개발은 접었지만 내재된 기술력으로 생활가전·전장 사업 등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서의 유일한 모바일 관련 기기 '톤프리'를 만지면서 드는 '폰 라인업'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삼성 OLED TV, 아직 LCD가 지배적인 시장에서 무리한 노선 회항으로 회사 전략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로서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삼성전자 OLED TV 확대 소식은 계속 기다릴 예정이다. 어려운 글로벌 시장이다. 단기적으로는 삼성·LG의 지속적인 경쟁을 통해 기술 유지·발전 및 소비자 이득을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확대 및 한국 입지 강화가 될 것이라 믿는다. IFA 2022 관람 도중 떠오른 마음속 아쉬움과 바람으로 마무리해본다. '아직은 하드웨어 경쟁을 조금 더 즐겼으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박 터지도록 싸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