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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영화제 인증' 받은 영리한 옴니버스, 완성도로 승부한다


입력 2022.09.20 14:01 수정 2022.09.20 10:5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기묘묘', 필름다빈이 영화제서 두각 드러낸 네 편 단편 엮어

단편영화 대중화 시도

'거래완료' 전석호·태인호·조성하 출연

하나의 주제나 내용으로 연결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한 편의 작품 속에 모아 놓은 형식의 옴니버스 영화들은 독립영화 혹은 공포나 연말 로맨스 장르로 관객들과 종종 만났으나, 최근에는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 전무한 상태다.


감독들의 제각기 다른 색깔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르지 못한 연출력의 편차와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완급 조절 실패가 먼저 부각되는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 홍지영 감독의 '새해전야', 곽재용 감독의 '해피 뉴 이어', 홍원기 감독의 '서울 괴담' 등 이름 있는 감독들과 충무로 스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했어도 '소문 난 잔칫집'이라는 평가만 듣고는 했다.


이에 국내외 영화제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연출력으로 먼저 작품성을 인정 받은 두 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다양성에 단비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이목이 끌린다.


22일 개봉하는 '기기묘묘' 이탁 감독의 '불모지', 남순아 감독의 '유산', 심규호 감독의 '청년은 살았다', 김동식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총 네 편의 단편을 배급사 필름 다빈에서 엮어 선보이는 영화다. '불모지', '청년은 살았다'는 끌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유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 받았던 작품이다.


'불모지'는 재개발 땅을 둘러싼 시골 주민들의 욕망에서 비롯한 기이한 비극을, '유산'은 비정상적인 모녀관계의 뒤틀린 집착을, '청년은 살았다'는 정체 모를 한 남자를 만난 낙향한 청년의 불안을,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아들을 야구 선수로 성공시키기 위해 집착하는 아버지의 욕망을 담았다. 네 편 모두 감독의 스타일이 다르지만, 불안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로 귀결된다. 불안한 사회 속에 살아가며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대판 괴담'처럼 펼쳐진다.


네 작품은 공포스러움이 묻어나는 기이한 구도, 오민애, 김재화, 한해인, 이양희, 김최용준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옴니버스 영화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보기 좋게 빗겨갔다.


이는 네 작품의 조화를 우선시한 필름 다빈의 선구안이 작동해 가능했다. 이는 OTT로 단편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는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상업적 한계를 가지고 있던 단편 영화의 대중화에 도전하기 위한 시도로 작품성을 확보, 공포 영화 마니아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다.


'기기묘묘'가 네 명의 감독 작품을 임의적으로 엮어냈다면, '거래완료'는 조경호 감독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중고 거래 소재를 테마로 5개의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초등학생부터 사형수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거래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 현대사회 속에서 한 걸음 쉬어갈 수 있는 환기를 담당한다.


'거래완료'의 수상 이력은 어느 작품 보다 화려하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감독상, 관객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키즈 포커스 배우상을 수상했으며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25회 밴쿠버아시안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창 섹션에 초청됐다.


이 작품은 대작 지향적이라기보단 일상생활의 평범한 소재로 완성도는 물론 대중성까지 아울렀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경호 감독의 데뷔 연출작이지만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석호, 태인호, 조성하, 채서은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배우들은 조경호 감독의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기기묘묘'와 '거래완료' 개봉의 가장 큰 유의미는 투자 제작 환경이 어려운 환경에서 옴니버스 영화가 완성도만 제대로 갖춘다면 다른 상업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그 동안 수없이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옴니버스 영화의 흥행 선례를 오랜 만에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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