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美 책임론' 한목소리
다극 체제 추동하는 러
美 겨냥 군사력 강화 원하는 北
러, 물밑서 北 도울 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 책임론'을 고리로 러시아와의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각종 도발을 묵인하며 '뒷배' 역할을 마다치 않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하는 다극 질서를 추동하는 상황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대미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물밑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21일 개최된 통일연구원 긴급토론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아직까진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핵독트린과 실제 핵능력 사이에 괴리가 큰 북한이 대미 확증보복 능력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미국 견제 차원에서 러시아가 거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 교수는 "평소 러시아가 북한 핵전력을 은밀하게 도와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도 "지금 러시아가 몰려 있는 상황, 북한이 (핵전력 강화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를 보면 북러 간 전략적 협력이 그 방향으로 뻗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1970년대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다탄두화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았다"며 "프랑스와 미국의 핵 과학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질문을 하게 했다. (미국 측이) 정보·디자인·무기체계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프랑스 측 질문에) '예스' 또는 '노'라고만 답하게 했다. 기술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간단한 도움만으로도 프랑스는 '장벽'을 넘어 SLBM 다탄두화에 성공했고, 이것이 대소련 억제 능력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시나리오를 최소한 김정은 위원장은 아마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표면상 비확산 체제에 균열을 내지 않는 선에서 북러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
"한반도서 '우크라 전쟁' 각오"
북러 밀착 가능성과 별개로 러시아 내부에서 '공세적 한반도 정책'이 논의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몇 안 되는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할 각오를 다져야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불가피하게 특수 군사작전을 폈듯 제2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에서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논리를 한반도에도 적용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현 연구위원은 "앞으로 한반도에서의 러시아의 정책은 한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한국 예상보다 조금 더 세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대러시아 제재 참여 등으로 한러 협력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지만, 한반도 정세를 논하는 데 있어 러시아를 '패싱'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현 연구위원은 "우리가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 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협의하는 데 있어 러시아를 배제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