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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 환담에 13조 투자 대변된건가 [조인영의 적바림]


입력 2022.09.23 13:14 수정 2022.09.23 13:1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양국 정상 회동 과정서 IRA 관련 국내 우려 충분히 전달됐는 지 의문

전기차 차별로 산업계 마비·국익 훼손 우려…정부, 현안 진전에 매달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상회담은 명분보다는 실질적 성과 도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 정상 외교는 회담의 모양새 보다는 성과 측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평소 “우리 외교의 원칙과 기준은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형식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과욕을 부린 셈이 됐다.


실제 윤 대통령이 뉴욕 글로벌펀드 회의, 리셉션에 참석해 바이든을 만났지만 모두 제대로 된 형태의 회담이 아니었다. 글로벌 펀드 회의장에서는 1분도 안되는 대화가 전부였다.


대통령실은 "만난 시간의 총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실무진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의제를 두 정상이 짧게라도 확인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억제 등에 대해 협의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슈에 대한 진전이 정말로 있었는지 의문부호를 낳게 한다.


IRA는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적지 않은 만큼 가장 기대를 모은 의제 중 하나였다.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아이오닉 5, EV6를 비롯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그룹 자동차가 하루 아침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의선 회장이 법안 시행 직후 미국으로 건너간 데 이어 한국 정부도 외교부, 산업부 등 관련 부처가 미 행정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도 IRA에 따른 타격이 적지 않음을 말해준다.


미국에 '통 큰'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그룹으로선 IRA로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에 총 105억 달러(약 1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투자 발표에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3조원대 투자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했지만 3개월만에 돌아온 것은 북미산 차량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IRA 청구서다.


여기서 IRA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법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으로 보완 대책이 마련된다면 기업들의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기대한 대로 바이든과 미 의회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참담한 결과가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회담 결과에 따라 각 부처와 기업은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대응 수위를 다르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법안 유예 또는 수정' 검토 등 어느 정도 진전된 성과를 발표했다면 이후 가질 실무 협의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IRA를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담 결과는 이 같은 동력을 갖기에는 상당히 미흡했다.


유엔총회처럼 세계 주요 국가의 수장들을 만나는 자리는 급작스럽게 일정이 변동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이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은 손해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정상간 논의 자리를 확보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어야 했다.


기업의 생존은 국내 산업계의 지속성과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차 이슈 등 중차대한 이슈에 대한 정부의 숙고와 전략적 대응이 아쉽다.


국가경쟁력은 민간 기업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비로소 만들어진다. 야권의 ‘외교 참사’라는 규정보다 더 뼈아픈 건 국내 기업들의 투자 동력 상실과 국익 훼손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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