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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미래 좌표', 어떻게 설정할까


입력 2022.09.29 04:30 수정 2022.09.28 22:2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글로벌 거버넌스·규범 창출에

한일의 선도적 관여 여지

과거 어느 때보다 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경 분리에 기초해 양자 경제협력을 토대로 부침을 겪어온 한일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양국 산업 '경합성'이 증대하고 있는 데다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딜레마'도 함께 겪고 있는 만큼, 기존 관점에서 벗어난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정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이 국제 정치·경제 구조에서 '동일한 위치'에 존재한다는 점이 미래 한일 경제협력 재설계에 핵심적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한일의 경제적 상호보완성이 날로 하락하는 가운데 양국 정부가 너나 할 것 없이 경제안보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한일 모두 △자유시장 질서 유지가 국익에 부합하고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유무역 체제 확대라는 공통된 목표하에 협력 가능한 공간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자유주의 국제경제 질서의 창발을 위해 지역적·글로벌 차원에서 다자주의 협력 제도·규범 창출에 목소리를 함께 낼 필요성이 있다"며 "2020년대 동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의 거버넌스·규범 논의는 글로벌 차원의 거버넌스·규범을 선도하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글로벌 거버넌스·규범 창출에 선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거버넌스가 향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일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힘을 합쳐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로 대표되는 미국의 새로운 무역질서 구축 시도에 한일이 협조하면서도 "중국 배제로 귀결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포괄적 경제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규범 창발을 위한 한일 협력이 미중을 포섭하는 질서 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미국발 불확실성을 대응하는 데 있어 한일 협력이 운신 폭을 확대해줄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재확인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한일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한일 양국 협력이 미국 주도 규범성에 맞추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국 배제 성격이 한일 양국의 이해와 가치관에 손상(트럼프 행정부)을 주거나 한일 양국의 미래 산업 발전 전략과 근본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바이든 행정부)이 있다면, '미국 위협'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추구의 여지와 이를 위한 한일 협력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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