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남욱·정영학 '부패방지법 위반' 공소장 보니…위례·대장동 '공동이익' 위해 범죄공모
자신들의 설계대로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유지되도록…이재명 시장 재선 목표 삼아
유동규, 남욱에게 "사업은 너희들 원하는 대로 다 해줄테니, 총알(돈)을 마련해 달라"
'민관 짬짜미 위례 사업' 유동규, 미공개 정보 남욱 등에 흘려…남욱 측, 공모지침서까지 개입
위례 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민간업자의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유착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이 채택되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무리하게 설립됐으며, 내부 비밀 공유와 뒷돈 제공이라는 범죄 공모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이 이런 사전 과정을 거쳐 위례 신도시와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짜고 치며' 거액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설계대로 위례와 대장동 개발 사업이 유지되도록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의 재선도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부패방지법 위반' 사건 공소장에는 이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인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유착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공영개발에서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변경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를 설립해 공영개발 형태로 대장동 개발 사업을 공영으로 추진하려 계획한다. 대장동 개발과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은 이 시장의 중요 공약이었다.
이전부터 대장동 민간개발을 노리고 지주 작업을 했던 남욱 변호사나 정영학 회계사 등은 이 공약을 앞세운 이 대표의 당선에 난감해진다.
고민 끝에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추진키로 하고 2011년 10월 대장동이 지역구인 최윤길(당시 새누리당) 성남시의원을 통해 이 시장의 최측근이자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있던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려면 우선 공사를 설립해야 하니 협조하라'고 얘기한다.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공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었다.
이후 이 시장은 2012년 2월 초 '시민과의 인사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공영이 아닌 민관합동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유 전 본부장 역시 '대장동 도시개발 관련 설명회'에서 "공사를 설립해 주민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이 공사 설립에 찬성해달라고 호소한다.
검찰은 "이로써 대장동 토지소유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민간 사업자들의 조력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인 최윤길의 정치적 협조가 필요했던 이재명 시장, 유동규 측과 민관합동 개발을 추진해 많은 이익을 취득하고자 하는 남욱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됐다"고 적었다.
남 변호사 등은 약속한 대로 공사 설립 지원에 나선다. 이 대목에 등장하는 인물이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이자 '마당발'로 알려진 김만배 씨다. 검찰은 김씨가 성균관대 동문인 성남시의회 민주통합당 윤창근 대표의원에게 최윤길 의원의 의장 선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최 의원은 의장 당선에 성공하고 공사 설립 조례안은 온갖 꼼수와 무리수 끝에 결국 통과되고, 조례안 통과 후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의 관계는 더 끈끈해진다.
공소장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은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향후 공사에서 진행하는 리스크 없는 사업에 참여시켜 주고 돈이 필요하면 시공사와 연결해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만 나도 좀 커야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컨트롤하려면 '총알'이 좀 필요하니 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다. 실제 남 변호사 등은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 약 3억5천2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다.
이 무렵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2014년 치러질 지방선거 이야길 꺼낸다.
그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계속하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시장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또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라고도 말한다.
유 전 본부장은 비슷한 시기 남 변호사에게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하며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한다.
남 변호사는 위례 사업에 뛰어들면 대장동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유 전 본부장에게 제공할 '총알'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 회계사 등과 상의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를 통해 위례 사업의 수익성도 검토한다.
이후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위례 사업을 같이하자'며 수익성 검토 자료를 보여준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자료를 출력해주면 이재명 시장님께 올라가 보고하겠다. 너희들이 위례 사업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사업 계획도 수립해 오면 성남시에서는 너희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주겠으니 돈을 좀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남 변호사도 호응한다. 그는 "위례 사업에서 100억원 정도 수익이 예상되는데 유 본부장님이 중간에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 이르면 내년(2014년) 4월 늦어도 6월에는 본부장님이 돈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다.
한편, 유 전 본부장 등 성남시 위례 신도시 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이 사업 타당성 평가와 공모지침서 작성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내부 정보를 먼저 입수한 뒤 손 쉽게 사업권을 따냈고, 참여자들 간 이면계약에 따라 이익을 나눈 것으로 판단히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공약 이행을 위해 성남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에 설치한 '기술지원 TF'를 통해 신도시 개발 사업의 진행 방식과 이익 배분 구조를 살펴본다. 그 결과, 민관 합동 방식으로 공사와 민간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고안한다. 이후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은 방식이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성남시가 포기했던 위례 신도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설립되면 바로 위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미공개 정보를 건넨다.
이를 들은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은 자본금을 댈 증권사를 물색하는 등 컨소시엄을 구성할 준비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맞춤형 사업 타당성 보고서 작성을 요청하고, 완성된 보고서를 공사 개발계획파트장인 주모씨를 통해 다시 전달받기도 한다.
민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모든 평가 기준이 담기는 공모지침서는 아예 정 회계사와 함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