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3Q 잠정영업익 5219억 …연 1兆 크게 웃돌듯
삼성SDI, 젠5 호조로 4758억 전망…SK온은 적자폭 축소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서로 엇갈릴 전망이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52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SDI도 젠5 등 판매 증가로 최대 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예상된다. 올 4분기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SK온은 적자폭을 상당 부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89.9%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는 기존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 406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에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며 분기 최대 이익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원통형·파우치형 배터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테슬라향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3분기 34만3830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다. 전년 동기와 견줘 42.7%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총 생산량은 36만5923대로, 이중 모델3와 모델Y 비중이 94.6%에 달한다. 해당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도 포함된다. 4분기 테슬라는 두 모델 생산량을 49만5000대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이어서, LG 배터리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얼티엄셀즈) 가동도 본격화되면서 캐딜락, 쉐보레향 공급이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상반기 실적에 발목을 잡았던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판가에 연동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도 두드러지면서 전체 수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 니켈, 코발트 외에도 알루미늄 ,망간, 구리 등을 대상으로 판가 연동 범위를 넓혀왔다.
이 같은 수익 개선에 힘 입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2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4분기도 강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소형·자동차용 배터리 등의 고른 판매 개선으로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이익을 시현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475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한 젠5 판매가 늘어난 데 이어, 원통형 배터리 역시 판매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주력 배터리인 젠5 적용 모델(BMW iX, i7 등)이 하이엔드 제품으로, 경기를 덜 타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판가 상승과 환율 효과 등으로 중대형 배터리 영업마진은 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경우, 삼성SDI는 올해 연간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온의 경우 배터리 판매 증가에도 불구,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공장 신규 가동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3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에서 약 4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폭스바겐 ID.4와 포드 F-150 공급 증가 및 원재료 판가 연동 등으로 4분기에는 손익분기점 달성이 예상되나 내년 초엔 조지아 2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국내 배터리사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로 당분간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IRA에서 내건 북미산 전기차+배터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사를 겨냥한 러브콜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IRA 통과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혼다의 요청으로 미국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과 만나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전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 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국내 3사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구매 협상력에서도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오히려 완성차 제조사들보다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