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하에서 무당층 49%에 달해
민심, 민주당 향하지 못하고 '방황'
"尹에 실망해 고개 돌려보니 李…
박빙 표차, 尹에게 저주서 축복으로"
윤석열정권의 지지율이 부침(浮沈)을 겪는 와중에도 '이재명 체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저주'인 줄로 알았던 지난 3·9 대선의 0.7%p 박빙 표차가 오히려 '축복'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최고치가 지난달 13~15일의 33%, 최저치는 지난달 27~29일의 24%로 등락폭이 9%p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최고치가 지난달 27~29일의 36%, 최저치는 지난달 13~15일의 31%로 30% 초중반대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 제1야당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집권 세력으로부터 누수(漏水)된 민심은 제1야당으로 향하지 않은 채, 갈 곳을 잃고 떠돌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있는 동안, 무당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무당층은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직후인 지난 8월 30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의 조사에서 25%였으나, 최근의 이달 4~6일 조사에서는 30%까지 높아졌다. 무당층이 30%선에 진입한 것은 16개월만의 일이다.
이른바 '세대결합론'이 붕괴하면서 정권 지지층에서 이탈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무당층 증가가 눈에 띈다. 20대 이하에서는 무당층이 49%에 달했으며, 30대에서도 35%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권 지지로부터 이탈한 민심이 민주당으로 향하지 못하고 무당층으로 남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확장성 부족, 고착된 비호감 이미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대장동 의혹 △백현동 의혹 △성남FC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배우자 김혜경 씨 불법 의전 의혹 등을 열거하며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의혹을 받는 게 가능할까"라고 개탄했다. 이러한 의혹들은 수사선상에 올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문제삼은 점은 이 대표의 확장성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보에 민감한 중도·보수층, '죽창가 선동'에 호의적이지 않은 2030 세대에 호소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 고도화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데, 이에 대한 대응훈련 격인 한미일 3국 연합훈련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친일몰이'를 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주장은 반일 프레임으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야 한다던 김일성의 '갓끈 전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갓끈 전술'이란 김일성이 지난 1972년 김일성대 졸업식 연설에서 "남조선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며 "이 중 하나만 잘라내도 (갓이) 머리에서 날아간다"고 교시한 내용에 기반해, 반미 선동의 효과가 시들할 경우 반일 선동을 하도록 하는 대남 전술이다. 태 의원은 "만약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아찔하다"고 평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3~15일 주요 정치인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한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20대 이하에서는 이 대표의 호감도가 26%, 30대에서는 33%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망한 이탈 민심을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고개를 돌려보면 이재명 대표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0.7%p 차로 패했던 이 대표가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 대선이 윤 대통령이 애초 공언했던대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끝났더라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장나고 민주당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열을 재정비했을 것"이라면서도 "0.7%p 박빙 표차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약점이 많고 비호감도도 높은 이 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