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결제 단말기로
삼성 협업으로 보안 강화
"핀테크 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돼도 일이 다 풀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시범 사업 기간은 2년이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중단해야 하는 가능성도 있어 시장에 사업성과 안전성을 확인받고 최종 규제 개혁으로 이어질 때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 단독 단말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권해원 페이콕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핀테크 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부러워하지 말고 고객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력과 안전성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시장이 요구하는 편의성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금융서비스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기존 규제로 실현되기 어려울 경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시범 운영 이후 당국이 서비스의 혁신성과 안전성을 인정하면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이어진다.
페이콕은 소상공인이 포스기, 카드단말기 등 별도 장치가 없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고객의 신용·체크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아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별도 하드웨어 단말기가 없어도 판매자 결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법이 개정됐다.
덕분에 스마트폰 앱에서 NFC, 광학문자판독(카드촬영), QR코드 스캔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페이콕에어' 서비스가 내달 정식 출시된다. 고객의 카드를 음식점 사장님 휴대폰에 갖다 대면 결제가 돼 단말기 비용이나 수수료 부담이 적다.
권 대표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충족해 스마트폰 단독 결제 서비스를 정식 출시까지 성공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태블릿의 보안플랫폼 '녹스'에서도 원천적으로 해킹할 수 없는 공간인 '트러스트존'에 페이콕의 보안키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내달부터 갤럭시 자급제 폰에서 페이콕 에어앱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권 대표는 "민감정보를 다루는 모바일 결제는 보안이 핵심"이라며 "언제 편하게 써도 고객 정보가 탈취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 대표는 관련 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1994년 한국정보통신 판매사 기술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2001년 카드결제단말기 유통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마음속에 그렸던 모바일 POS 서비스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권 대표 "지난 8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며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원까지 안 찾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딸의 적금을 깨고, 형님께 첫 투자를 받을 때 눈물을 흘리며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인내와 끈기, 자기 서비스에 대한 어지간한 확신이 없으면 핀테크 사업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 대표는 최종적으로 페이콕을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년 내 가입자를 200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수수료 0%의 배달 플랫폼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단순 쇼핑몰이 아니라 유익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돈을 벌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