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정위 검토’ 발언에 힘실리는 규제안
“심사지침 연내 우선, 필요하면 법 개정”
불공정, 경쟁제한성 판단기준 적용하되 구체·개별성 따져야
‘카카오 먹통’ 사태가 온 나라를 데이터 불통으로 만들면서 시장점유율에 따른 독과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독점이나 심한 과점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게 국가 기반 인프라가 되면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공정위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공정위도 관련 심사지침 마련 등 정책추진에 급진전으로 대응하면서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책적 보완과 규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 95%가 이용하는 플랫폼의 셧다운, 위기관리는 속수무책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가 서버를 두고 있는 판교 SK C&C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진화 작업을 위해 센터 전체 전원이 차단됐고 대부분 카카오 서비스가 멈춰섰다.
국민 95%가 넘는 4700만명 가량이 이용한다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 다음 이메일 통한 연락이 끊기자 국민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의존도를 피부로 느꼈지만 대안없이 속수무책으로 주말을 보내야 했다.
때문에 정부도 국가 차원 데이터 관리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독점적 폐해를 부각시켰다. 공정위는 카카오 사태가 시장 내 경쟁압력이 없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법집행 기준을 마련·보완할 계획이라며, 플랫폼 분야 독점력 남용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예규)’을 올해 연말까지 제정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심사지침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및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쏠림효과, 시장 혁신과 동태적 효과 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관점이다.
그간 공정위는 이 같은 측면에서 보완된 심사지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카카오 사태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서둘러 관련 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심사 적용대상·위법성 판단요건·경쟁제한행위 유형 가린다
우선 앞서 공정위가 지난 1월 행정예고한 제정안에는 심사지침이 적용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온라인 검색엔진·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운영체제(OS)·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제공 사업자 등을 포함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역외적용 원칙에 따라 외국사업자가 국외에서 한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심사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특성으로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규모의 경제·데이터 중요성 등을 명시했다.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쏠림효과(tipping effect), 시장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신규 플랫폼 진입이 어려워지는 등 독과점적 구조가 고착화 될 우려에서다.
심사기준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 기업결합심사기준 상의 판단기준을 적용하되, 다면 시장·무료 서비스·동태적 시장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해 위법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같이 무료서비스를 하더라도 광고 노출, 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해 사업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시장 간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서비스 다양성 감소, 소비자 후생 감소 등 실질적인 경쟁제한의 폐해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매출액 이외에 특정기간 이용자 수, 방문자 수, 검색횟수, 체류시간, 페이지뷰 등 다른 수량 기준으로도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수 있다.
또 교차 네트워크 효과·게이트키퍼(문지기)로서 영향력·데이터 수집 및 보유 능력·매출액·점유율 기준 등 시장지배력과 서비스 다양성 감소와 품질 저하·가격과 산출량 외 변화·연관 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효과·혁신에 미치는 효과 등 경쟁제한성도 법 위반 요건 판단 대상이다.
진입장벽 존재, 접근성 통제 영향력, 새로운 서비스 출현 및 기술 발전 가능성, 부적합한 시장점유율 산정 등이 해당된다. 법 위반행위 유형으로는 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자사우대·끼워팔기를 명시하고 구체적 예시도 제시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자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거나 거래 조건을 타 유통채널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토록 요구하는 행위 등이다.
또한 독점력을 지렛대로 삼아 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 상품·서비스 대비 직·간접적으로 우대토록 하거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토록 강제하는 행위도 문제가 된다.
공정위는 심사지침 제정안에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들을 새로 추가했다는 입장이다. 향후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시장지배력과 관련해 제시한 평가 요소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불공정 거래행위 심사지침은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을 적용하되, 배달앱·오픈마켓·온라인 부동산 정보 서비스 등 실제 시장지배력 등 판단은 각 사안별 행위사실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달리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침 실효성 논란, 법 규제와 투트랙 요구…“올해 내 지침제정, 성과 지켜봐달라”
문제가 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폐해는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과도 맞물려 규제방식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공정위 심사지침 제정 추진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독점을 규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심사와 법적인 투트랙 실행이나 보다 강력한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강병원 의원은 “독점 폐해는 이미 진행 중으로,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사후 준비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독과점 업체 등에 대한 법이 필요하다. 정부가 자꾸 심사지침이라고 하는데 지침으로 하는 것보다 공정거래법상 법률로 독과점 기업을 규율하는 게 맞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 중으로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라며 “카카오 이용 약관 관련해서는 해당 부분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이미 자율규제 논의가 시작됐다”며 “법을 넘어 수수료에 관한 이야기까지 논의 주제가 확정됐다. 성과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선 심사지침을 사전적 위반행위에 대한 적용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대목이다.
일각에서 공정위 전담 조직 개편설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심사지침)제정안을 추진 중으로, 조직개편은 내부에서도 아무런 논의가 되고 있지 않아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현재 플랫폼 관련 사건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이 맡고 있다. 시장감시국은 제조·서비스 분야 전반에 대한 불공정거래 감시·제재를 맡고 있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이 마련되면 관련 문제 개선과 위반행위를 가릴 전문조직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데이터는 생산·물류·판매촉진 활동 등 사업 전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 생산요소다. 데이터 수집·보유·활용능력이 사업자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가 집중되면 시장 경쟁이 제한되는 독과점 형태로 이어진다.
때문에 심사지침에서도 ‘물리적 제약이 적은 디지털 상품·서비스의 특성상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는 더욱 현저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규모의 경제가 효율성 증대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시장 선점 기존 사업자가 신규 사업자 시장진입 장벽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이번 카카오 사태와 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플랫폼 산업 급성장에 맞춘 균형잡힌 기준과 평가, 심사체계가 제대로 적용·작동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