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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하철에 몸 구겨 넣는 일상, 참사 불렀다… '과밀문화' 자성 목소리


입력 2022.11.01 08:45 수정 2022.11.01 08:4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네티즌 "지하철 출근시간, 공연장 사람 몰릴 때 생명 위협 느낀 적 많아"

전문가들 "과밀문화 일상에 '위험할 수도 있다' 인식 무뎌져"

"타종 행사, 성공적…이 모델 토대로 안전 철저히 관리해야"

"과밀 현상, 참사 인과관계 설정 경계해야…규명이 급선무"

31일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만원 지하철이나 각종 축제 현장 등 가는 곳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 특유의 '과밀 문화'를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희생자 추모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금요일 강남역 퇴근길 지하철에서 숨이 턱 막히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돼 무서운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며 "한국은 좁은 땅에 사람이 너무 몰려있어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방책이 부족한 것 같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출근 시간이나 공연장에 사람이 몰릴 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옥철'에서 사람을 밀치며 억지로 구겨 타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제야의 종소리 행사에 갔는데 인파가 너무 몰려 겨우 빠져나온 적이 있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31일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시민들이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만원 지하철 등 현장은 실제로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공포감이 들 정도"라며 "일상이 되다보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에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건 인파가 많이 몰린다고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는 점"이라며 "제야의 종소리 타종 행사는 서울시가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 참가 인원이 많은데도 위험 방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성공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모델을 토대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현장이 안전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인구가 수도권에 편중돼있고 그 안에서도 교통 등이 발달해 한 공간에 운집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우리는 어느새 그런 라이프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재난 상황으로 이어지면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거시적·미시적 고민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과밀 현상과 이번 참사 사이에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 교수는 "지옥철'이나 역대 다른 핼러윈 행사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보통 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평소에 잘 작동하던 안전 시스템이 왜 이번에 붕괴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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