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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표 후 사진 찍어 선관위 보낸 '문자 투표' 무효"


입력 2022.11.22 11:00 수정 2022.11.22 11:08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조합장 선출 과정서 기표 용지 찍어 문자로 선관위 제출

법원 "도시정비법상 선거, 무기명 비밀투표…비밀투표 원칙 반해 무효"

"조합원 신원 비밀 보장 안 되면 회유·외압 우려…조합장 직무 일시정지"

법원 로고.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사진 촬영을 해 문자로 선거관리위원에게 보낸 투표 방식은 비밀투표 원칙에 반해 무효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조합원 A 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일부 받아들였다.


조합은 올해 3월 조합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기로 하고, 2월 28일 조합원들에게 투표용지(서면결의서)를 나눠줬다.


조합원은 용지를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팩스로 보낼 수 있었고,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사진으로 찍어 조합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자로 제출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총회 당일 오전, 후보 A 씨가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메시지에서 "표가 분산돼 비상대책위원회 출신이 조합장이 될 수도 있어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며 "내게 투표한 조합원들은 총회에 참석해 서면결의서 철회 의사를 밝히고, 현장 투표용지를 받아 (다른 후보) B 씨를 찍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1922명 중 198명이 철회 의사를 밝히고 직접 투표했고, 그 결과 B 씨가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2위와 격차는 100표였다.


법원은 이 투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봤다. 도시정비법상 선거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해야 하는데, 선거관리위원이 문자로 서면결의서를 제출받고 이를 인쇄해 보관하면 기표내용이 사전 집계돼 비밀투표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조합원 신원의 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회유·외압이 발생할 수 있고, 서면결의를 철회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회 직전에 A 씨가 조합장 후보에서 돌연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기존 조합장으로서 기표 결과를 미리 파악하고 있던 B 씨가 A 씨와 연락해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당선된 조합장 B 씨의 직무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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